▶ 버젓이 길가서 호객행위
▶경범죄 처벌법안 폐지
▶ 단속 제대로 안 이뤄져
▶주민들 “풍기문란 극심”
23일 새벽 LA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와 베벌리 불러버드 교차로 인근에 짙은 화장을 한 매춘 여성들이 호객 행위를 목적으로 길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다. [독자 제공]
23일 새벽 6시40분 새벽 예배를 마치고 LA 한인타운 웨스턴가를 따라 북쪽으로 운전하던 김모씨는 베벌리 불러버드 교차로 인근에 짧은 치마에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라티노 여성 2명이 서성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의 차가 신호등에 멈춰 서자 그중 한 여성이 차량으로 다가와 “이 근처에 자주 가는 모텔이 있으니 같이 가겠냐”며 은밀하게 매춘을 제의했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서둘러 교차로를 빠져 나온 김씨는 “60이 한참 넘은 나한테도 버젓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밤새 이 일대에서 얼마나 많은 매춘이 일어났을지 뻔하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인 상권이 밀집한 4가와 멜로즈 사이 웨스턴 길이 길거리 매춘 장소로 전락한지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웨스턴가 북쪽은 매춘 여성과 이들로부터 성매수를 하려는 남성들에게 ‘핫스팟’으로 널리 알려진지 오래다.
주민들의 강한 불만과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LA경찰국(LAPD)의 매춘 단속은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전무한 실정이다.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브라이언 오코너 서장이 현황을 살피기 위해 지난 21일 수사 차량을 타고 이 일대를 순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의 느슨한 단속의지를 비웃듯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근처에서 소매업소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늦은 밤이 되면 매춘부로 보이는 흑인이나 라티노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며 “어떨 땐 업소 주차장 안까지 어슬렁 거려 영업에도 지장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LA 한인타운에서 길거리 매춘이 공공연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까닭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SB 357법 때문이다. 이 법안의 시행으로 매춘을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배회하는 것을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기존 캘리포니아 주법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매춘 여성들의 호객행위에 고객이 화대를 지불하고 응하지 않는 한 단속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일대에 한인 학생들도 많이 재학 중인 찰스 김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 최모씨는 “길거리 매춘 여성들이 밤샘 영업도 모자라 자녀들이 등교하는 이른 아침 시간에도 호객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저 여자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물어볼 때마다 난감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종료 이후 매춘이 다시 극성을 부리면서 한인타운을 포함한 LA시 전역에서는 매춘과 관련된 경찰 체포가 증가하고 있다. LA시 전체적으로는 체포건수가 2020년 2,214명에서 2022년 2,449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에도 한인타운을 비롯한 시 전역 매춘 관련 혐의 체포건수는 매춘, 매춘 청탁 및 관여, 포주 행위 등을 포함해 총 1,707건으로 집계됐다.
주민의회 지역별로 밴나이스가 36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윌셔-코리아타운은 290건으로 그 다음이었다.
윌셔-코리아타운의 경우 예상대로 한인타운 북쪽 웨스턴 애비뉴 선상에서 대부분의 체포가 이뤄졌다. LAPD 측은 “불법 매춘이 의심될 때는 올림픽 경찰서(213-382-9102)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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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