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강경론 득세하지만 美 압박카드는 제한적
▶ “의중 파악이 최선…美대선까지 어떤 진전도 없을 듯”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1일 중동 순방에 나서면서 그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일단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전쟁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빈손 순방'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중동 현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일 자체가 향후 휴전 달성을 위해 중요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이 이날부터 25일까지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지역 국가를 방문한다.
국무부는 이스라엘 외 방문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오는 23일에는 요르단을 방문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동 방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이후 역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와르 사망 뒤 이를 '정치적 해결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휴전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며 전쟁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중동행 비행기에 탄 시점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병원을 공습해 4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내각의 극우 연정 파트너들은 이날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회의를 열고 가자지구를 영구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다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한 블링컨 장관의 설득 작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단 점 역시 블링컨 장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평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에 더해 이스라엘을 설득하기 위해 꺼낸 '압박용 카드'가 미국 내 유대인 등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그의 운신 폭이 좁다는 것이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국내 표심에 해를 끼칠 정책을 꺼내는 데 제한을 받는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당국자들도 대선까지 앞으로 2주간 어떤 중요한 진전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협상 당사자인 하마스의 리더십이 아직 재정비되지 않았단 점도 당장의 대화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동의 한 외교 관계자는 미국 CNN 방송에 "내부 역학 관계를 정리하는 일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하마스에서 누가 협상을 이끌든 생전 신와르의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짚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협상 재개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로넨 바르 신베트(국내정보기관) 국장은 전날 이집트를 방문해 현지 당국자들과 인질 송환을 위한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 이집트는 이를 이스라엘이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했다고 WP는 전했다.
한 전직 이집트 고위 당국자는 이집트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및 인도주의 물자의 가자지구 반입을 위한 '3주 휴전안'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대규모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단 제안을 하마스가 거절한다면 지치고 굶주린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이같은 조건에 하마스의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미 당국자들은 협상 진전을 어렵게 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확한 내심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 내에서 신와르의 후계자가 누구인지, 그가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관심이 있는지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WP는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