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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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2024-10-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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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했다. 그리고 휴전선과 북-중 국경의 담장을 높였다. 뒤이어 경의선과 동해선을 차단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을 단행했다.

도발을 넘어 도박이라고 해야 하나. 김정은의 북한이 보인 최근의 행보 말이다. 돈과 식량 확보에 더해 전략무기 기술이전이라는 ‘횡재’를 노리고 러시아에 ‘올인’했다고 할까.


그 광폭성의 도발에 한국정부 당국의 신음소리가 태평양 너머로 들려오는 것 같다.

1만2000 병력 파병결정과 함께 1500명에 달하는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선발대로 보냈다는 것은 북-러 관계가 혈맹(血盟)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을 말하나. 대륙간탄도탄(ICBM) 재진입체 기술, 정찰 위성, 핵잠수함 등 러시아의 첨단군사 기술의 북한 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다. 그러니 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155mm 포탄을 미국을 통해 추가 지원하는 방침을 검토해야한다’, ‘뭐 그렇지만 당장 직접 살상무기지원은 곤란하다. 일단 외교적 경고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등등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당국자들의 발언이 그렇게 들린다.

‘러-북 관계의 급속한 밀착은 한국정부가 내세워온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펼칠 기회가 되고 있다.’ 리얼 클리어 디펜스지의 지적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앞서 지적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분명히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결단에 따라 바로 상황전환이 이루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더 나가 동아시아지역의 군사지정학 대변동에 한국은 잘 대응해 왔는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세계 5,6위권의 군사강국이다. 한국은 그런데 그 같은 국력에 걸 맞는 주장을 못해 왔다. ‘전략적 모호성’ 뒤에 숨어 애매한 노선을 걸어오면서 상황에 순응만 해왔다.’ 한 국내 국제정치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 결과 말도 안 되는 중국의 일방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제)제재에 시달리는 수모를 겪었다. 러-북 밀착도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 이어지는 지적이다.

한국은 서방세계의 일원이다. 자유민주 진영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냉전 시대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그 냉전이 끝난 지 오래다. 그리고 신냉전이 시작됐다.

이 정황에서 마치 시대의 논리처럼 받아들여진 것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론’이다.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국익을 위해 철저히 회색지대를 자처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도, 저도 아닌 ‘정체성 불분명’의 나라가 된 것이다. 물론 한국도 전략적 자율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본연의 원칙과 가치관, 다시 말해 자유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 클리어 디펜스지의 지적도 다름이 아니다.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러-북 밀착 상황에 용감하게 대처해 나갈 때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위협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 또 자유민주 국제진영에서 확고한 지분과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좌고우면에, 눈치 보기는 이제 그만. 필요하다면 대대적인 살상무기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도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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