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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알맹이 없는 총영사관 국감

2024-10-21 (월)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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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관 재건축·성비위 대책

▶ 주요 현안 질의는 ‘전무’
▶송곳 질문·답변 ‘실종’

LA 총영사관(김영완 총영사)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임정택 총영사)에 대한 합동 국정감사가 열린 19일 오전 LA 총영사관에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도착했다. 10일부터 미국과 중미를 오가며 9개 재외공관을 상대로 ‘강행군’ 국정감사를 진행했던 8명 의원들의 표정엔 마지막 국감이라는 홀가분함 덕분인지 여유가 넘쳤지만, 국감 대상인 총영사관 관계자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한국에서 한창 진행 중인 국감 현장의 소란한 모습과는 달리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영완 LA총영사와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의 증인선서로 시작된 국정감사는 2시간 반만인 12시30분께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냈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충실하게 보고서를 준비하고 성실하게 국감에 임한 영사관 관계자들에 수고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외통위 위원장이자 재외공관 국정감사 미주반 단장을 맡은 같은 당 소속 김석기 의원도 “국정감사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관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덕담했다. 8명의 여야 의원들은 한결 같이 “오늘 국감에서 나온 각 공관의 애로사항을 잘 취합해 공관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LA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원만하게 치러졌다. 또 국감을 준비하느라 날밤을 세웠을 공관 직원들의 노고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어찌 국정감사가 격려와 덕담만의 자리이겠는가. 이번 국감에서는 LA 총영사관의 제일 큰 현안인 공관 재건축에 관한 보고나 질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지난 4일 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행정 직원의 몰래 카메라 사건과 관련된 각 총영사관의 ‘성범죄’ 예방책에 대한 지적도 없었다. 한인타운의 불안한 치안상태와 재외국민 보호,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 민원 서비스 등 국정감사 단골 메뉴에 대해서 의원들의 ‘송곳’ 질문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완 LA 총영사의 답변도 “유념하겠다” “파악하겠다” “노력하겠다” “반영하겠다”와 같이 대체로 두리뭉실했다. 반면 LA 총영사관과 함께 국정감사를 받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임정택 총영사의 현황 보고와 애로사항 건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상대적으로 똑 부러졌다.

가나 대사를 역임한 고참 외교관답게 임 총영사는 협소한 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인사회의 불만을 보고하고 추가 공관 확보를 통한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5만여 명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중서부 거점 도시 콜로라도주 덴버 출장소 설치 필요성, 현지 임금 수준 보다 터무니 없이 적은 공관 행정직원의 보수 현실화 등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200여개 한인 기업 지원에 관한 총영사관의 역할을 묻는 의원들 질의에도 임 총영사는 “지난 2월 부임 이후 현황을 파악해 18개 유관 부서 및 기관과 함께 지원협의회를 출범시켰다”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2년만에 열린 국정감사 취재를 마친 한인 언론 기자들은 “이번 국감의 주요 대상은 LA 총영사관이었음에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더 돋보이고 빛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현안을 꿰뚫는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거의 없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LA 총영사관의 답변과 건의가 부족했던 이번 국정감사는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싶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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