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인종 증가로 선거 전략 변화 필요성 대두
리즈 펀더버그(65)는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밝은 피부색과 푸른 눈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대부분 백인이라고 생각하지만 펀더버그는 공식 서류에 자신 인종을 '흑인'이나 '기타'(Other)로 표기한다.
조지아주의 공화당 활동가 마리사 산체스 드로셋은 멕시코계 미국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두 명의 남성 사이에서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한명은 흑인 라틴계(Afro-Latino), 또 다른 한명은 흑인, 나머지는 히스패닉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미국인의 인종 정체성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고 18일 보도했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인종 인구는 2010년 900만명에서 2020년 3천400만명으로급증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2014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8% 이상이 2000년 인구조사 때 선택했던 인종 표기를 10년 뒤인 2010년 조사 때 바꾼 것으로 추정됐다.
정치학자들은 혼혈 인구 증가로 인종적 구분이 모호해짐에 따라 교육 수준이나 계층, 종교, 지역과 같은 요소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전처럼 인종 정체성만 공략해서는 표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향후 몇 년 안에 전통적인 인종 범주가 줄어들 것이라며 인종 정체성에만 의존해온 정당들은 이제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앤솔라베히어 하버드대 교수도 다인종 유권자가 많아짐에 따라 출신 지역, 교육 수준과 같은 정체성에 대한 추가적인 맥락이 정치적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 대선이 2주 남짓 남았는데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특정 인종이나 민족 집단의 표심만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주로 지지해온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쏟아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히스패닉 공략에 열을 올렸다.
공화당 활동가 드로셋은 두 정당 모두 인종 정체성이 줄어들고 복잡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이클 크잔(31)도 미국인들은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인종과 민족성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사람들을 분류해오던 방식은 이제 효과가 없다"며 "특정 그룹에 어필하는 것보다 정책에 관한 것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