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 및 안전협의회 열고 정찰총국장·총참모장 등 보고 받아…내용은 비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한국시간 기준)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지 사흘 만에 김정은이 처음 나선 것으로, 이번 사건을 엄중히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협의회에서는 "적들의 엄중한 공화국주권침범도발사건과 관련한" 리창호 정찰총국장의 종합분석 보고와 리영길 총참모장의 대응군사행동계획 보고, 노광철 국방상의 군사기술장비현대화대책 보고,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담당 비서의 무장장비생산실적 보고, 리창대 국가보위상의 정보작전상황 보고 등이 이뤄졌다.
군과 정보 당국, 대남 공작기관의 수뇌부를 한데 불러모아 상황을 평가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인데, 이러한 형태의 협의회가 북한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총참모부가 진행한 사업과 주요 연합부대의 동원준비상태를 보고받은 뒤 "당면한 군사활동방향"을 제시하고,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당과 공화국정부의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도 표명했다고 통신은 전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참석자 면면을 살펴 보면 논의 내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리창호 정찰총국장이 종합 보고를 맡아,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투 사건의 배후를 한국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리영길 총참모장이 보고한 대응군사행동계획은 지난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광철 국방상의 군사기술장비 현대화대책 보고에서는 평양 방공작전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무기체계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춘룡 당 군수공업비서의 무장장비 생산실적 보고는 러시아에 포탄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포탄 등의 재고 파악에 방점이 찍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협의회에는 총참모부 포병국과 탐지전자전국을 비롯한 주요국지휘관들도 참석했다. '탐지전자전국'은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조직이다.
군 관계자는 탐지전자전국에 대해 "우리 군의 정보 분석, 징후 추적, 사이버 작전 등을 담당하는 조직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협의회 소집을 "군사적 긴장과 안보 경각심을 고조하는 한편 내부 기강 및 체제 결속의 계기로 삼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협의회에 참석한 리창호 정찰총국장은 최근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창호는 이달 초만 해도 중장(별 2개)이었으나, 이번에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고 등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