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크탱크 ITIF 보고서
▶ 중 정부 대규모 지원금 살포
▶논문·특허 건수는 벌써 앞서
▶“미, 빅테크 반독점 조사 중단…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권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제재가 외려 중국의 ‘자생력’을 키워 미국이 AI 연구에서 추월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금을 살포하며 이미 양적으로는 중국 AI 논문 건수가 미국을 앞지른 데다 AI 모델 성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미국이 지금처럼 AI 규제에 나선다면 중국에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나온다.
8월 31일 미 경제·혁신 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최근 발간한 ‘중국의 AI 혁신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등) 수출통제로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제한적인 성공에 그쳤고 오히려 중국이 자국 생태계를 발전시키도록 자극했다”며 “중국의 AI에 대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 투자를 살펴볼 때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거나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견고한 학문적 기반, 혁신적인 방법론, 증가하는 외국 투자는 중국을 선도적인 AI 강국으로 이끌고 있다”며 “문제는 미국이 중국의 AI 연구를 억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앞서나갈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오픈AI·구글·메타·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개발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이 모두 미국 기업인 만큼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실제 보고서는 현시점에서 미국의 AI 기술력이 앞서 있음을 인정한다. 최근 10년간 진행된 AI 관련 투자액은 미국이 6054억 달러인 반면 중국은 856억 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중국이 투자액을 늘리고 있으나 민간 투자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AI 벤처캐피털(VC) 투자는 미국이 550억 달러인 반면 중국은 200억 달러 이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부족한 민간 투자를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보완하고 있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C 기금을 통해 AI 분야 9623개 기업에 1840억 달러를 투입했다. ITIF는 “초기 성과 지표가 약한 기업을 지원할 뿐 아니라 후속 민간 VC 투자 유치에 도움을 주는 구조”라며 “반도체 제재 이후 중국산 AI 칩셋을 구매하는 데도 보조금이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AI 연구의 ‘질’은 ‘양’이 대체하고 있다. 2023년 기준 AI 연구 논문의 ‘인용’ 순위는 알파벳(구글), UC버클리, 몬트리올대, 스탠퍼드대, 메타, 구글 딥마인드, 서울대 순이었으나 논문의 절대 수에서는 중국 과학원과 칭화대가 1~2위를 차지했다. 2010~2022년 AI 특허 건수에서도 중국이 3만 5000개를 취득하는 동안 미국은 1만 2000개를 등록하는 데 그쳤다.
막대한 인력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데이터 역시 중국의 장점이다. 폴슨연구소의 싱크탱크 마르코폴로에 따르면 상위 20% 수준의 AI 연구자 가운데 중국 출신은 2019년 29%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47%로 늘었다. 데이터의 ‘접근성’에서도 중국이 앞서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데이터 품질과 다양성에는 뒤처져 있으나 광범위한 감시, 보안 및 교통 카메라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하는 공공 데이터의 접근성에서는 경쟁국을 앞서 있다”고 짚었다.
ITIF는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AI 연구 지원과 빅테크 반독점 조사 중단,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연방 자금 조달 구조는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너무나 느리고 엄격하다”며 “지나치게 엄격한 수출통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수 있고 부당한 빅테크 반독점 조사가 AI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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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민혁 실리콘밸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