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세영의 “맞다이로 드러와, 개저씨들아”

2024-08-26 (월) 김해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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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최근 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 안세영이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파문이 엄청나다. 22살 짜리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를 상대로 쏜 오발탄은 대형기업 하이브를 상대로 필마단기로 대든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연상케 했다. 안세영은 협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통해 협회의 복종 강요 규정과 선수들의 불공정 계약, 개인스폰서 제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안세영은 협회를 향해 선수 관리·운영 시스템과 처우 관련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는데, 개인 스폰서 계약을 풀어달라는 게 골자다. 즉 개인 후원 계약을 받을 때 일일히 협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는 개인 후원 계약을 마구 허가하면, 협회 메인 스폰서의 후원 규모가 줄고 그러면 대표팀 운영과 유소년·생활체육 관련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안세영과 같은 스타 선수를 제외한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으로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이 이뤄 지기 때문에 개인 후원이 이뤄질 경우 지원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세영도 이런 쌍팔년도 시스템 아래 '월드클래스'로 성장했으니, 대의를 위해 안세영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세영은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만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즉, 안세영은 대신 개인 후원 계약과 관련해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구나 안세영이 중학생 때부터 지난 7 년간 대표팀 선배들의 빨래, 청소 등 잡일을 도맡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와서 협회의 구시대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도 튀어 나왔다. 대표팀 코치진은 이런 잡일 맡기는 것을 '관습'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야말로 21세기에 88년도 마인드를 가진 개저씨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앞날을 막고 있다. 프로야구팀은 선수들의 기구들을 수선하고 유니폼을 세탁하는 스탭이 따로 있다. 그걸 일반인도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가 후배라는 이유로 맡긴다는 공포영화같은 호러 스토리가 올림픽의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1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세영의 부모는 지난 2월 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7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는데, 특히 안세영 측은 대표팀 선수촌 내 생활 개선을 요구했다.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됐는데 이후 안세영은 7년 내내 대표팀에서 잡일을 도맡아 왔다.

선배들의 라켓 줄이 끊어지면 교체하는 것을 비롯해 방을 청소하는 것은 물론 일부 선배의 빨래까지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안세영 측은 '일과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잡무로 인해 피해를 받아왔다'고 협회에 호소했다고 한다.

협회는 이런 면담 내용을 대표팀에 전달했지만, 대표팀 코치진은" '오래된 관습'이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점진적으로 고쳐 나가 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정상적인 인간들의 답변인가.


안세영은 또한 선수들이 운동만으로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은 또 배드민턴 실업 선수들이 적용받는 계약금‧연봉 상한 제도 지적했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은 신인 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 만원을 넘을 수 없다. 또 3년 차까지는 이전 연봉보다 7% 이상 인상할 수도 없다. 계약금 역시 1 억원을 넘길 수 없다. 아니 자본주의 나라에서 이런 제한이 왜 있는 지 궁금하다.

안세영은 “차별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면서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실업팀들이 선수단 유지를 못 할 수 있다”며 “시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니 안세영 선수처럼 수십 년에 한 번씩 나오는 특별한 선수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건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폐쇄하는 조치라고 본다.

안세영의 경우를 보면 안세용도 제리 맥과이어나 스캇 보라스같은 수퍼 에이전트가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21세기로K 팝 등 모든 분야에서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스포츠 분야는 최근 홍명보 감독 사태를 보더라도 아직도 88년도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haewonkimlaw@gmail.com

<김해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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