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 둘 둔‘50세 대학생’ “힘든 도전도 시작만 하면 가능”

2024-08-26 (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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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듀크대 입학, 간호사 과정 공부하는 이수연 씨

아이 둘 둔‘50세 대학생’ “힘든 도전도 시작만 하면 가능”

50세에 듀크대에 입학하는 이수연 대표가 23일 본보를 방문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도전했지만 불가능할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는 상관없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내년 1월 듀크대에 입학해 간호사에 도전하는 이수연 대표(한미아웃리치그룹)는 1975년생으로 내년이면 50세가 된다. 1994년 유학 와서 메릴랜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텍사스 베일러대에서 공중보건학을 전공했으나 결혼과 육아 등으로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 둘 수밖에 없었다. 마취전문 간호사(CRNA)가 꿈이었던 그는 “어느덧 50세를 눈앞에 둔 나이가 됐지만 뭔가 일을 끝내지 못한 찜찜함, 여전히 남아있는 아쉬움 등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를 마치고 군에 입대한 아들, 입시 준비가 한창인 10학년 딸을 둔 그는 “엄마도 다시 학생이 돼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루지 못한 꿈도 이루고 엄마로서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간호사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 어느덧 결혼도 하고 2명의 자녀도 키우고 있다. 공중보건학을 전공해 페어팩스 카운티 보건국에서 10년간 일했으며 이후 비영리단체인 ‘한미아웃리치그룹’을 설립해 건강교육, 커뮤니티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간호사의 꿈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는 아니었다.


카운티 보건국에는 간호사로 일하다 은퇴한 직원들도 많아 자연스럽게 간호사의 꿈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업무 현장에서 느끼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하게 도전하게 됐으며 다행히 가족들의 협조로 1년여 준비 끝에 듀크대에 입학하게 됐다.

-입시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이들 뒷바라지도 쉽지 않은데 과연 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사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조금은 무모하게 시작했다. 듀크대 입학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노바에 다니면서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으나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후회와 실망으로 포기하려고 할 때 학교에 찾아가 현장 수업을 듣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됐다.

가장 어려울 때 아낌없는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박한결(미생물학), 피터조(해부학)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40대 아줌마가 어린 학생들과 경쟁해 듀크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처럼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이며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해준 남편(정영훈)에게도 감사한다.

한편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학비는 다행히 간호학의 경우 장학금도 많고 졸업한 다음 보훈부 병원에 근무한다고 할 경우 학비 외에도 매달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들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육아의 어려움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도 좋고 무엇이든 50세가 되기 전에 새로운 도전, 전환점이 필요했다. 도전이 힘들고 어렵지만 정작 시작하면 잘 할 수 있다. 나이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살아온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엄마들 파이팅~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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