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라 어지러우면 충신 요구돼”

2024-08-20 (화)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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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정신문화연 도덕경 18장 강독

“나라 어지러우면 충신 요구돼”

지난 17일 월례강좌에서 동양정신문화연구회 회원들이 노영찬 교수의 강의에 귀 기울이고 있다.

“노자는 인간이 가장 도덕적인 순간은 도덕이나 윤리의 차원을 떠나 자연스럽게 저절로 움직여질 때라고 봤다. 윤리나 도덕에 얽매인 행위가 아니라 마음과 가슴에서 나오는 휴먼 네이처(human nature)의 행동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스스로 됨(spontaneity)이 바로 도(道)라 했다.”

지난 17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는 도덕경 18장을 강독하며 “노자는 인간관계나 가족관계, 국가에서 질서나 윤리 도덕보다는 자율성에 의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율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윤리나 도덕, 법이 등장한다고 봤다”고 전제했다.

노 교수는 “인간이 사회라는 조직을 이루면서 문명을 일으켰다. 문명권에 따라서 도덕, 윤리,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지중해 중심 문명권에서 나온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는 도덕이나 윤리의 권위를 초월적 존재에서 찾은 반면 동양의 불교, 유교, 도교 등은 도덕이나 윤리의 권위를 인간이나 자연 속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유교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서 도덕과 윤리의 근거를 찾았고, 도가(道家)는 자연의 흐름이나 이치 가운데서 인간이 가야 할 길(道)을 찾았다. 공자는 인(仁)과 예(禮)를 중심으로 인간의 윤리나 도덕의 기본으로 삼았고,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4개 덕목을 개념화시켜 사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으로 발전시켰다.

노 교수는 “이렇듯 18장에서 노자의 기본입장은 유교의 입장과 판이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노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인이니 의이니 하는 것도 이미 하나의 도덕이나 윤리가 인위적으로 개념화 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가족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가 가까울 때는 효라는 말을 강조할 필요가 없고, 살기 좋고 평안한 세상에는 충신이 필요하다는 의식 조차 필요 없다. 충신이 요구된다는 것은 이미 국가가 혼란에 빠져 어지럽다는 반증으로 봤다”고 결론 맺었다.

50명이 참석한 이날 강좌에는 노세웅 윤동주 문학회 이사장과 조지메이슨대학에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 온 김대철 서울 중앙지검 검사 등이 처음 참석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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