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의 도가니 파리올림픽

2024-08-03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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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대회가 팡파레와 함께 시작돼 각국의 선수들이 투혼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올림픽에는 206개국 10,500여명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32개 종목에서 겨룬다. 첫 경기일이었던 7월27일, 한국은 사격에서 금지현과 박하준이 10m 공기소총 혼성단체전에서 첫 메달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첫날부터 획득한 메달 3개중 첫 금메달은 펜싱에서 나왔다. 펜싱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한 것이다.

지난 일본 도쿄올림픽에서의 성적을 살펴보면 미국이 1위를 해서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 3회 연속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1위 탈환에 실패해 2위에 그쳤고,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개최국 일본이 3위에 올랐다. 2020 고쿄올림픽에서의 한국 선수단 성적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16위였다. 그런데 지금 파리올림픽에서는 한국이 예전과 달리 막강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7월29일 기준 2024 파리 올림픽 종합순위가 양궁, 사격 덕에 하계 올림픽 순위에서 한국이 깜짝 1위를 차지하는 기적적인 순간도 있었다. 30일(한국시간) 기준, 한국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종합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정도면 한국은 종합순위 탑 3위를 노려볼 만도 하다.


미국 닐슨 산하 데이터 분석 업체인 그레이스노트가 올림픽 개막 6개월 앞두고 발표한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메달 총개수 순위 10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뛰어넘어 버린 성적이다. 그 회사는 아마도 인공지능 분석 소프트웨어를 돌려 한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합쳐 23개를 예상했는데, 과연 지금 선전하고 있는 한국팀이 그 예상에 부합할지, 아니면 뛰어넘을지는 두고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가 몇등을 하는지 보다 더 보고 싶은 것은 감동스러운 휴머니즘의 향이 물씬 나는 멋진 장면들이 아닐까.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국의 명예를 걸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과 기량을 온 세계에 증명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동시에 메달의 색깔보다 전 세계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우정을 쌓고자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찾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한국인들은 너무 극소수의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들과 국가간 순위에만 열광하고, 그 대회 이면에 벌어지는 아름다운 선수들의 이야기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에는 덜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닌지… 메달 이전에 올림픽의 정신과 도전의 가치를 일깨우는데 더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프카니스탄의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던 파르자드 만수리는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서 여준 그의 끈기와 열정은 보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시리아 출신인 야히아 알 고타니와 카메룬 태생인 신디온감바는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난민을 대표해 오륜기를 들고 개막식에 입장했다. 그들은 다 각자의 장애물과 어려움을 극복, 올림픽의 정신을 상징해 보여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전설적인 선수 티에리 앙리는 올림픽 성화를 불붙이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출연은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환호의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메달의 수 이전에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 도전의 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다른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특별한 사연과 순간들로 가득 채워지면서 가슴 뭉클하고 벅찬 감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데서 인간의 진정한 휴머니즘을 발견하고 환호하고 소리치고 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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