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칼럼] 심리학이 돈이 되겠어?

2024-07-31 (수)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크게 작게
밤새 이가 아파 끙끙 앓던 A환자. 실력이 뛰어난 치과의사에게 찾아가 10분만에 사랑니를 뺐다. 그런데 다음 순간 1,000불의 의료비 청구서가 나온 걸 보고는 의사에게 항의했다. “고작 10분만에 1,000불이라니요?”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천천히 1시간 만에 빼 드릴 걸 그랬나요?”

B는 키를 잃어버려 한밤중에 자기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열쇠수리공을 불렀다. 1분만에 문이 열렸지만 대신 175불을 내야 했다. 수리공이 말했다. “초보시절에는 30분 이상이 걸렸죠. 하지만 그때 사람들은 제 서비스에 만족했어요. 종종 25불 팁까지 받았거든요. 그러다가 이제는 실력이 쌓여서 1분만에 열어주는데도 만족도는 떨어지고 팁 주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돈의 가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오우 노우! 그건 착각이다. 자동차 개스 값이 갤런 당 5불인데 1마일 떨어진 주유소에서 4불에 넣을 수 있다면 기꺼이 1마일을 운전해서 싼 곳을 찾아간다. 10갤런을 넣을 때 10불이나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1,000불짜리 스마트폰을 사려는 순간 세일즈맨이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건너편 빌딩에 새로 생긴 업소에 가보세요. 똑같은 걸 990불에 팔고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다. 똑같은 10불인데 왜 그 사이에 가치가 달라졌을까?


돈에 관한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경제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감정에 좌우되는지 밝혀낸다. 마켓에 가서 쓰는 식료품 값이나 거대한 생산경쟁에서 이루어지는 행태에나 결국은 ‘이성’이 아니라 ‘심리’가 작용한다. 소비행태 연구에 몰두하는 행동경제학자들 역시 비슷한 실험을 통해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인간들이 돈을 이성적으로 쓰는 줄 알지만 실은 매우 감정적으로 쓴다’는 것을 말하는 실험들이다.

“달콤한 스무디와 건강야채 음료, 둘 중에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나요?” 물으면 두가지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은 후, 거의가 스무디를 고른다. 한달 뒤에 먹을 것이라면 건강상의 이유로 건강야채를 고르겠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스무디를 고른다. 결과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이성적 결정을 하지만 현재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감정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 ‘시간 선호 현상’이다. 돈 관련, 인간들은 상대적이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비이성적이다.

C부인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뒤 실망해서 나에게 찾아와 물었다. “심리학 해서 나중에 돈이 되겠어요?” 의대나 법대에 가지 않은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한 그녀의 시선을 어떻게 우물 안에서 밖으로 향하게 할까 안스러운 마음을 숨기며 가볍게 말을 던졌다. “하하… 지금 그 질문을 하느라고 심리학자에게 상담료를 지불하고 계시네요.”

돈이 없었다면 세상은 참 불편했을 것이다. 필요한 사람들끼리 물물교환을 할텐데 그 가치를 어떻게 결정한단 말인가. 돈은 중요하다. 돈에 대한 가치 결정과 소비 행태와 구매 효과와 광고 전략 까지도. ‘돈벌기’를 연구하는데 심리학의 기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심리학은 돈이 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www.kaykimcounseling.com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