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상적 지도자 덕목은 無爲”

2024-07-24 (수)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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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정신문화연 월례강좌…노영찬 교수, 도덕경 강독

“이상적 지도자 덕목은 無爲”

노영찬 교수가 도덕경 제 17장 ‘이상적 지도자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최상의 지도자상은 백성이 지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무위(無爲)’ 실천의 지도자이다. 백성들이 의식할 수 없는 경지에서, 지배를 받는다는 의식없이 모든 일들을 자신들이 스스로 해냈다고 믿도록 드러나지 않게 이끄는 것이다.”

지난 20일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는 도덕경 제 17장 ‘이상적 지도자상’을 강독하면서 “지금 한국과 미국의 정치판이 난리가 난 것처럼 소란스러워 민주주의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참 지도자의 모습은 피지배자인 국민들에 의해 가장 잘 나타난다”고 전제했다.
노 교수는 노자가 제시한 네 유형의 지도자상에 대해 유교와 비교하고 현대철학자인 잭 데리다, K-클래식과 연결시켜 설명했다.

노 교수는 “무위의 지도자는 자신을 낮추고 드러나지 않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도와주며 근심 없이 살게 해준다. 이것이 곧 ‘자연’ 혹은 ‘도’이며, 네이처크라시(naturecracy)라 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과 칭송을 받는 지도자로는 세종대왕,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교에서 이상적 지도자로 보는 덕치(德治)의 리더들이다. 그러나 노자는 이들은 훌륭하지만 최상급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칭송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의식적 행위이고, 의식은 무위가 아니라 위(爲)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형은 두려움으로 백성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이다.

군사정권 통치자들과 독재자들이 이 범주에 속하며 위협과 두려움으로 백성을 이끈다. 가장 저열한 지도자상은 백성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유형이다. 이 타입은 두려움으로 이끄는 지도자와 겹치기도 한다. 두려움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억지로 따라가지만 뒤에서는 비웃고 조롱하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사실을 임금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좌 후 김면기 회장은 “배워서 지식을 얻고, 지식을 통해 지혜를 쌓고, 지혜를 통해서 깨달음(明)에 이르러 각자의 위치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사회에도 선한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좌에는 처음 출석한 이영묵, 배명언 씨를 비롯해 총 43명이 참석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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