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중 우회수출에 칼 뺀 미…‘멕시코 경유’ 철강 25% 관세

2024-07-12 (금) 서울경제=윤홍우 워싱턴 특파원
크게 작게

▶ ‘무역확장법 232조’ 다시 발동
▶‘무역확장법 232조’ 다시 발동

▶ 알루미늄에는 10% 관세 부과
▶멕시코서 생산 한국도 ‘영향’
▶북미 진출전략 수립 큰 변수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이어 제3국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칼을 빼들고 있다. 철강과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과잉생산 품목이 주요 타깃인데 한국 기업들까지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어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되는 ‘중국 때리기’는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노조의 입김이 강한 러스트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를 거쳐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중국이 자국 철강을 멕시코에 판매한 뒤 이를 무관세로 미국에 재수출하는 우회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 대미 철강 수출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수입 제한 권한을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다시 발동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 중 북미(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제강(melt and pour)’되는 경우에만 면세하고 나머지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란·러시아 등에서 ‘조강(smelt and cast·제련 및 주조)’된 멕시코산 알루미늄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멕시코 정부와 함께 원산지를 철저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은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같은 주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래에도 우리 경제의 중추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수입된 철강은 380만 톤에 이른다. 이 중 약 13%가 제3국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들어온 알루미늄은 10만 5000톤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6%가량이 멕시코 밖에서 제련 및 주조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철강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강판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들 철강 제품의 제강 과정에서 한국을 거쳤기 때문에 ‘제3국산’으로 분류될 공산이 크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 소재 및 제품은 연간 6만 5000톤 규모로 이 중 90% 이상이 자동차 강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용 냉연강판 물량(66만 톤)의 10%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량이 적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멕시코산으로 무관세가 적용되던 제품에 25% 관세가 추가 부과가 되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을 시작으로 수입 철강 제품의 제재 기준이 ‘조강’으로 바뀌고 있다”며 “원산지가 중요해지면 해외 생산 기지 운영과 수출량 쿼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업체 철강에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CBP 세부 규정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제3국산뿐 아니라 멕시코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멕시코 정부와 추가 논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의 기업 관계자는 “그간 ‘하나의 시장’이었던 미국과 멕시코가 점점 분리되는 양상”이라면서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둔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진출 전략에 상당한 변수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서울경제=윤홍우 워싱턴 특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