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렌디피티’

2024-07-11 (목)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정장을 한 귀족이 마차에서 내려 허술한 집 대문 앞에 섰다. “이 집이 플레밍씨 댁 입니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나는 어제 당신이 늪에서 구해준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 은혜를 보답하고자 찾아왔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 뿐 입니다.” 겸연쩍은 농부는 그 제의를 공손히 거절했다. 바로 그때 농부의 아들이 들어왔다. “저 아이가 당신의 아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내가 저 아이를 데려 가겠습니다. 당신이 자랑할 만한 아들로 교육시켜 주겠습니다.”

귀족의 집에 온 농부의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런던에 있는 St. Mary‘s Medical School 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후에는 페니실린을 발명한 저명한 의학자가 되었다. 그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우연은 그 후에 일어났다. 플레밍이 자신이 발명한 페니실린을 가지고 폐렴에 걸린 영국 군인들을 치료하다가 우연히 저명한 한 정치인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그가 바로 저수지에 빠졌던 귀족의 아들 윈스톤 처칠이다.“ (이어령의 ‘디지로그’ 중에서)

‘베풂의 법칙(the law of giving)’은 세렌디피티의 우연을 이루는 필수요건이다. 나에게 흘러들어 온 은혜의 물줄기가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흘러내려갈 때 우연은 기적이 되어 돌아온다.


어느 유대인 농부에게 장성한 세 아들이 있었다. 그가 죽게 되어 아들 셋을 불러놓고 유언을 남겼다. “내게 있는 소 17마리 중에서 장남은 절반을 가져라. 차남은 3분의 1을,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가져라.”

아버지가 죽은 후 세 아들이 모여 아버지의 유언 문제를 상의했다. 하지만 아무리 의논을 하여도 17 마리의소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세 아들은 마을에서 존경받는 랍비를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다. 얘기를 다 들은 랍비는 소 한 마리를 내어 주면서 이것을 보태어 나누라고 일렀다.

랍비가 준 소 한 마리를 보태니 이제 18 마리가 되었다. 18마리를 가지고 셋으로 .나눴다. 18마리의 절반인 9마리를 장남에게, 둘째에겐 3분의 1인 6마리를, 막내에겐 9분의 1인 2마리를 주었다. 신기하게도 완전하게 나누어 졌다. 다 나누고 보니 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소 한 마리가 남는 것이 아닌가. 남은 소 한 마리를 랍비에게 다시 돌려주고 나니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랍비의 소 한 마리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낯선 타자에게 베푼 자비는 약한 사람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축복의 씨앗이 된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사람과 조우한다. 그 중 우연한 만남도 적지 않다. 우연한 만남의 관계가 필연이 되어 되돌아 올 때 그것이 세렌디피티의 기적이 된다.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말했다. “자신의 삶을 성숙하고 생산적으로 꾸려 가는 사람에게는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준 사건이 있었다.” 예수는 말씀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