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기 대통령, 이들 손에 달렸다

2024-06-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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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냐, 트럼프냐,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이 아니라 무당파(independent) 유권자가 결정하게 된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다양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정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난 1월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표본집단이 유권자 1만2,000명으로 큰 데다, 설문조사에 이어 인터뷰 등 보다 심층적인 조사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 자신을 무당파라고 밝힌 유권자는 43%에 이르렀다. 각각 30%에도 미치지 못했던 민주당이나 공화당 지지자 보다 훨씬 많다.

이 같은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니까 이미 30년이 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차이가 있지만, 거의 같은 유권자 그룹을 가리키는 무당파, 중도, 부동표는 매년 40%를 넘었다. 최저로 내려가도 39%였다. 물론 이들 중도, 부동층이 43%에까지 이른 것은 2014년과 함께 올해가 지난 30여년 새 처음이라고는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의 캠페인 기획단은 지금 이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이나 선호 정당과 정치 이념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념적으로 스스로를 보수(conservative), 혹은 중도(moderate)라고 밝힌 미국인은 각각 36%인 반면, 진보(liberal)라고 밝힌 이는 25%에 불과하다. 이 같은 추세는 수치만 조금씩 다를 뿐 지난 30여년 새 바뀐 적이 없다. 급격한 사회적 변동없이 안정적인 미국사회는 기본적으로 진보 혁신보다 보수와 현상 유지에 기운 사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43%에 이르는 중도,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그룹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심층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중도이긴 하나 민주, 공화 어느 한 쪽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있거나, 공감이 가는 정당이 있을까? 이 질문에 ‘예스’라고 답한 ‘기울어진 중도’를 제외하고, 정말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순 중도’는 12%로 파악됐다. 이들은 같은 이웃이라도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인판이 꽂혀 있는 집 보다, 아무것도 없는 집이 더 좋다는 이들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평균 투표율 보다 20% 이상 낮다. 어떤 이유에서 든 현실 정치에 더 무심한 그룹이다.

이들이 중요한 것은 대선 결과를 판가름하는 ‘스윙 스테이트’, 경합주들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판세를 결정할 주는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이 꼽힌다. 대선 때마다 박빙의 대결이 벌어지는 전국적인 관심 지역들이다. 대통령 선거에 누가 나오든 민주당 깃발만 들면 100% 승리가 보장되는 캘리포니아와는 다르다. 불과 몇 표 차로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몽땅 가져가는 현행 선거 제도 아래서 이들 경합주의 중도, 무당층은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과 존재감이 그 숫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민주, 공화 두 당의 고민은 어떤 캠페인 전략으로도 이들에게 가 닿기 힘들다는 데 있다. 선거 홍보물을 우편으로 보내면 바로 쓰레기 통으로, TV 캠페인 광고가 나오면 그 시간은 건너 뛴다. 이들은 온 라인 캠페인도 외면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제3당 후보로 나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일부 주에서는 케네디가 무당파, 중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두 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했고, 펜실베니아에서는 중도층 20%이상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투표용지에 오를 것이 확정된 주는 스윙 스테이트 중에서는 이달 초 현재 미시간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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