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이 훨씬 넘는 미국인들이 여행을 떠났다고 하던가. 본격적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와 함께 들려온 소식이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논다. 카페는 북적거리고, 넘쳐나고 있는 관광객들은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 대서양건너 유럽의 초여름 거리 풍경이다.
‘안온해 보이는 그 일상 너머로 그런데 뭔가 검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유럽의 동부전선에서 탱크들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지오폴리티컬 모니터지가 유럽 발로 전하는 뉴스다.
일상은 여전한 평화 시의 정상적 모습이다. 그런데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위원장 등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은 대전쟁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살벌하기 짝이 없다.
평화의 꿈에 젖어 있는 일상. 이와 대비되는 주요당국자들의 잇단 전쟁 경고. 유럽의 기류는 이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조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유럽전쟁은 정말이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이 잇단 경고는 단지 원활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전술의 일환인가. 관련해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둘 다 적절한 질문으로 보인다는 게 지오폴리티컬 모니터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지원은 따라서 머스트(must) 사안이다. 그러니 어떤 방법이든 동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황은 그러나 한층 더 화급성을 띠고 있다. 러시아가 화력 재충전과 함께 하계대공세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독일, 폴란드, 심지어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는 파괴공작을 벌이는 등 이미 하이브리드 전쟁에 돌입했다.
이 같은 사태진전과 함께 전쟁의 불꽃은 어디로 날라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나라마다 전쟁확산 가능성에 대한 체감온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꽤나 떨어져 있다. 그런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에 위치한 나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먼 산의 불이다. 전쟁불감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까.
서유럽 국가 국민들은 전쟁 뉴스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전쟁소식은 주가만 떨어뜨리는 등 경기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우크라이나피로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러시아의 그늘에서 신음해왔었다. 그런 동유럽 국가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 해 3국들은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등 서둘러 전쟁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툭하면 이란제 드론에,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이 국경너머로 날라드는 폴란드는 사실상 준 전시상태에 돌입, 전쟁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하면 떠올려지는 것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 국민이다. 이 청정지역 국가 국민들도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보도다.
노르웨이를 예외로 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영세중립국을 표방해왔다. 스웨덴의 경우는 중립을 선언한 해가 1809년이다. 그러니까 두 세기 이상 중립국으로 지내온 것.
그 스웨덴과 핀란드가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중립을 포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을 했다. 그리고 바로 서둘러 추진해온 게 병력확장에, 군비 증액이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 전선은 북극패권을 노린 북극해 일대가 될 것이란 판단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은 ‘바이킹 전사’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이다.
올 여름 유럽에서는 과연 어떤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