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당대표가 전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 예산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달러화로 환산하면 180달러 남짓 되는 돈이다.
이 정도 돈을 정부로부터 받는다고 과연 민생경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200달러도 채 안 되는 이 돈은 극빈 소외계층에게는 생활비에 일시적인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웃도는 한국의 중산층들에게는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한 돈이 아닌가.
반면에 전 국민에게 25만원씩을 지급하려면 1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하는데 연구개발이나 중소기업지원, 극빈층 보호 등 나라 경제를 위하여 더 시급하고 유용한 곳에 사용되어야할 국민의 세금이 ‘껌값’ 선심으로 한방에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돈은 당장에는 좋겠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그 돈은 정치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인 것이다.
달콤한 공짜파티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는 베네수엘라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최대의 자원부국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잘 살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베네수엘라는 내부로부터 철저하게 붕괴되고 있다. 시민들은 빵과 우유, 화장지, 비누 등 기초 생필품을 사기 위하여 장시간 수퍼마켓 앞에 줄을 서야하고 막상 차례가 되면 물건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전기와 수도는 하루에 두세 시간씩 제한 공급되며 의약품을 구할 수 없어 당뇨, 심장병, 에이즈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신생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정부는 마구 돈을 찍어내어 화폐가치가 같은 크기의 화장지만도 못하게 되었다. 치안상태는 극도로 불안하여 해마다 1만5,00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참상은 포퓰리즘 정책에서 시작되었다.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우고 차베스는 만인이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며 선심성 퍼주기 정책에 국가 재정을 물 쓰듯 쏟아 부었다. 전국민 무상 의료서비스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물가를 국가가 통제하여 서민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차베스의 인기는 90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의 가격통제 정책으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기업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익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한다며 기업과 농지를 국유화하였으나 국유화된 기업과 농장은 생산성이 떨어져 이익을 낼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잘못된 국가정책이 한나라의 부와 국민들의 삶의 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파탄 낼 수 있는 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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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