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회의장도 잘 모르는 선천적 복수국적법

2024-05-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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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이 LA 동포간담회에서 보여준 ‘동문서답’은 정말 실망스럽다.

이날 김진표 의장은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으로부터 “한인 2~3세들을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만드는 선천적 복수국적 법안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청을 받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역의무 제한이 풀리는 40세 이상 재외동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변해 참석한 사람들을 뜨악하게 했다.

해외 한인사회가 오랫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해악에 대해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아리송해지는 순간이었다. 제임스 안 회장의 요청은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한국 국적이면 한국인으로 분류돼 병역의무가 부여되는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달라는 것인데, 김진표 의장은 엉뚱하게도 65세 이상 해외 한인들이 한국국적을 회복하여 이중국적이 허용되는 연령을 40세로 낮춰져야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장이 해외 최대 한인사회가 있는 LA를 방문하면서 한인들의 해묵은 최대 이슈의 하나인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왔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만약 질문의 요지를 알고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미주한인 2세들은 선천적 복수국적법으로 인해 공직 출마와 정계 진출의 기회가 막히고 군 복무시 보직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자동적으로 부여된 한국 국적때문에 고통받아왔다. 원정출산을 막겠다는 이유로 2005년 통과된 이른바 ‘홍준표법’이 해외한인 2세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적법 개정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나 국회에서 근본적인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면피만 하려는 ‘땜질식’ 개정으로 동포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다음 달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는 이같은 개정안이 확실히 다시 추진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묵살되지 않도록 일관되고 강력한 여론의 전달이 중요하다. 새 국회에서는 반드시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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