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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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총격 과잉대응 여부 밝혀져야

2024-05-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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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문제를 가진 40대 남성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으로 미주 한인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 2일 LA 한인타운의 아파트에서 양극성 조울증 장애를 가진 양용씨가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절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한인사회가 공분하는 이유는 가족이 주장하는 상황과 경찰의 발표가 일치하지 않아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양용씨가 불안증세를 보이자 치료시설로 이동시키기 위해 먼저 LA 정신건강국에 연락했고, 양씨가 병원 이송을 거부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찰 7명이 곧바로 집안으로 진입해 몇 분 만에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환자가 칼을 들고 나왔다고 했지만 7명이나 되는 무장경찰이 정신질환자 한 사람을 제압하지 못해 총을 쏜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밝혀져야 할 것은 경찰이 진입 전에 정신건강국 요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사태를 인지했는지, 경찰이 총을 여러발 쏠 만큼 칼을 든 환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현장에 있던 가족에게는 왜 두시간 넘도록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사망한 ‘정신질환자’를 왜 ‘범죄용의자’라고 발표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모든 대응과정의 타임라인이 밝혀져야 하며 연루된 모든 경찰의 바디캠이 투명하게 공개돼야하는 이유다.


이에 LA 한인회를 비롯한 17개 대표 단체가 투명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캐런 배스 LA시장과 해당지역 카운티 수퍼바이저 및 시의원, 도미니크 최 LAPD 국장에게 발송했고, LA총영사관도 경찰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당부하는 등 커뮤니티 전체가 지켜보고 있다.

경찰의 총격 과잉대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씨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날에도 카운티 셰리프대원이 라푸엔테 주택가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남성에게 발포해 부상을 입혔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LAPD 경관들의 총기발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발포사건의 3분의 1이 규정위반이었고, 피격자의 35%가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용씨 사건의 과잉대응 여부는 현재 경찰 내부에서 자체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과연 그 상황에서 경찰의 총기사용이 적절했는지 전체 바디캠이 공개되어 한 톨의 의혹도 남김없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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