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TV+ 드라마 9부작
▶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존(왼쪽)과 게일 소령은 동갑내기 전우로 서로를 자신처럼 아끼며 나치에 맞서 싸운다. [애플TV 제공]
‘하늘의 요새(Flying Fortress)’로 불린다. 기관총이 앞뒤에 배치돼 있다. 몸집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폭탄을 가득 싣고 적진에 들어가 주요 시설 파괴에 앞장선다. 미 공군 전폭기 B-17은 2차세계대전에서 숱한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요새라는 호칭이 불사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사선을 넘나들며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들은 어떻게 나치에 맞서 싸웠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드라마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는 1940년대 초반 유럽 하늘로 시청자를 데려간다.
미 공군 소령 게일(오스틴 버틀러)과 존(캘럼 터너)이 화면 중심을 차지한다. 둘은 훈련소에서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영국 동부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100전대 소속이다. 이들은 작전계획이 세워지면 전폭기를 조종해 나치군 주요 시설에 폭탄을 떨어트리고 와야 한다. 두 사람은 혈기왕성한 20대 장교답게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첫 출격 후 생각이 바뀐다. 죽음이 바로 옆에 있고, 고향에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치 독일로 향하는 하늘 길은 험하기만 하다. 대공포가 미 전폭기들을 맞이한다. 나치 전투기가 출격해 공중전을 벌이기도 한다. 당시엔 첨단이라 할 군 장비이나 21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나침반과 지도, 육안에 의존해 목표물을 찾아야 하고, 적기 출현 여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적의 위협 속에서도 정확한 폭격을 위해 대낮에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
게일과 존, 그들의 동료들은 출격할 때마다 지옥을 체험한다. 적기 공격으로 전폭기가 누더기가 돼 비상 착륙하거나 낙하산을 타고 적지에 떨어지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살아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으니까. 드라마는 1940년대 초반 유럽 하늘에서 펼쳐진 아수라장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미 공군의 작전은 비슷하면서도 매번 다르다. 독일 깊숙이 들어가 폭격을 한 후 아프리카 북단으로 빠져 나오는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치의 대응은 그때그때 다르다. 보호하려는 시설에 따라 전폭기 격추에 나서는 전투기 숫자가 다른 식이다.
드라마는 매 회 비장한 스펙터클을 전한다. 전폭기 수십 대가 기지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습만으로도 장관이다. 작전 수행 후 기지로 돌아오다 해안가에 겨우 전폭기를 착륙시키는 장면 등이 긴장감을 제조하기도 한다. 공중전 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적진에 떨어진 미 공군이 탈출하기 위해 사선을 오가는 모습, 전쟁포로 수용소 생활 등이 표현되기도 한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군인들의 심리도 놓치지 않는다. 전쟁을 입체적으로 살피며 전쟁물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펼쳐낸다.
유명 감독들이 번갈아 가며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즌1(2014)과 영화 ‘007 노타임 투 다이’(2021) 등으로 유명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1~4회를 연출했다. ‘캡틴 마블’(2019)의 애너 보든ㆍ라이언 플렉 감독, 유명 흑인 여성 감독 디 리스 등이 메가폰을 이어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행크스가 전쟁 드라마 걸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과 ‘퍼시픽’(2010)의 후속물로 기획됐다. 미국 작가 도널드 밀러의 동명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밀러는 2차세계대전 당시 실존 인물들의 활약상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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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