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서‘천경자 재단’발족

2024-04-03 (수)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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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미타 김 교수 설립…‘천경자 예술상’제정

▶ 유미호건·김홍자 교수 등으로 이사회 구성

워싱턴서‘천경자 재단’발족

고(故) 천경자 화백(오른쪽). 천경자 예술재단의 이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이빗 파커, 임태순, 수미타 김 재단 대표, 김정환, 김은성, 박희구, 차진호, 유미 호건, 김홍자, 앨리스 임 씨(왼쪽).

내달부터 예술상 공모, 상금 1만 달러

독보적인 화풍으로 한국현대미술사를 빛낸 고(故) 천경자 화백(사진)을 기리는 ‘천경자 재단’이 워싱턴 지역에서 발족돼 ‘천경자 예술상’을 제정했다.
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인 수미타 김(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가 설립한 이 재단은 천 화백의 투철한 작가 정신과 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지난 31일 락빌에 있는 매치박스(Matchbox) 식당에서 열린 창립 이사회에는 재단 대표인 수미타 김 교수를 비롯해 유미 호건(전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 김홍자(몽고메리 대학 석좌교수), 데이빗 파커(뉴욕에 기반을 둔 현대미술 기획자, 천경자 재단 부대표), 차진호(전 한미미술가협회 회장), 김은성(칼럼니스트), 김정환(전 한미장애인협회회장), 박희구(P&P포럼 총무)씨 등 이사진과 앨리스 임(미술사학 전공)·임태순 국제변호사 부부가 업저버로 참석했다. 이들 외 이사진에는 클리프 키에포(조지타운대학 미술과 석좌교수)와 드니스 폴웰(전 몽고메리대학 영문과 교수)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천 화백의 예술정신과 한국 화단에 남긴 독보적 발자취를 기리는 일련의 문화사업 계획에 대해 논의한 후 ‘천경자 예술상’ 제정과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한 작가의 전 생애 작품 도록) 편찬을 결정했다.
‘천경자 예술상’은 미주에 거주하는 코리안-아메리칸 현대미술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1명을 선정한다.

수미타 김 대표는 “올해 어머니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재단 창립과 예술상을 제정하게 됐다”며 “첫 해에는 회화, 조각, 설치 분야에서 작품성 및 개성과 창의성이 탁월한 작가를 선정할 방침이다. 향후 미주지역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아티스트에게도 기회를 주며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시각예술을 넘어 다른 분야의 창작가들까지 점차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금은 1만달러이며, 올 연말 12월 초 제 1회 시상식이 열린다. 예술상은 본보가 특별후원한다.

재단은 또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천 화백 작품의 오리지널 슬라이드 수백 점을 토대로 카탈로그 레조네를 편찬할 방침이다. 이사진은 “천 화백 작품의 위작이 끊임없이 유통되어 한국의 경매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감안할 때, 천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 편찬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도록 편찬은 수 년이 걸리는 대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세내용은 재단 공식 홈페이지(chunkyungja.org)를 통해 공표될 예정이다.
천경자 화백은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에서 벗어나 문학적, 설화적 면을 강조해 여인의 한과 꿈, 고독을 환상적인 색채의 화풍으로 구사했다. 1954~1974년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예술원 회원 등을 지냈다. 1998년 소장하고 있던 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2015년 8월 뉴욕에서 작고했다.
문의 sumitakim@gmail.com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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