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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1순위 된 ‘로봇’… 공장서 병원 수술대까지 진출

2024-03-19 (화)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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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조립 넘어 전산업서 활약
▶삼성 CES서 집사로봇 깜짝공개

▶ 현대차 물류 상하차 로봇 선봬
▶두산, 복강경 수술투입 성과도

쇳물을 녹이는 고로(용광로)의 온도는 약 1500도. 시뻘건 쇳물을 24시간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어 주변 수십 m까지 뜨거운 기운에 숨이 막힐 정도다. 포스코의 4족 보행 로봇은 이 고로를 사람 없이 혼자서 자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동화한 로봇이다. 네 발로 자유롭게 고로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쇳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장 생산라인에 설치돼 단순 제조를 도왔던 로봇이 자율주행과 비전(vision)·인공지능(AI)·챗GPT 등 첨단기술을 만나면서 공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봇 팔 수준에 불과했던 로봇이 눈과 다리를 장착하면서 물류·보안·의료 등 서비스 분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사업 1순위는 ‘로봇’…2차전지도 제쳐=로봇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올려주는 수준까지 발전하자 주요 기업들은 로봇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으로 AI와 로봇(14.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도체(12.2%)와 2차전지(10.9%)보다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주로 쓰였던 로봇은 AI 발전으로 서비스산업은 물론 방위·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로봇의 진화…생성형 AI로 더 ‘똑똑하게’=AI와 로봇이 본격 결합하면서 기존 로봇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1위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협동로봇을 실제 복강경 담낭 제거 수술에 투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도 했다. 복강경 수술의 절개 길이가 통상 5㎜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이 얼마나 섬세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AI를 접목한 다양한 솔루션도 검토하고 있다. CES 2024에서 공개된 ‘믹스마스터 무디’는 비전 기술을 통해 사람의 표정에서 감정을 인식한 후 생성형 AI로 최적의 칵테일 레시피를 찾아 제조하는 로봇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솔루션으로 두산로보틱스는 앞으로 GPT를 협동로봇에 적용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오류 수정을 반복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AI 비서부터 휴머노이드까지…지능형 로봇 공략=로봇을 미래산업으로 점찍고 투자를 지속해온 대기업들은 산업용 로봇을 넘어 사람과 유사한 지능형 로봇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1호를 만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83%를 약 870억 원에 사들였고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AI 집사 로봇 ‘볼리’를 깜짝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에서도 로봇 사업을 1순위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1년 약 1조 원을 투입해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팟과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통해 지능형 로봇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ES 2024에서는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였다.

LG전자는 2018년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 로보스타의 지분 약 30%를 800억 원에 인수한 후 AI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 로봇 개발 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800억 원을 투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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