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인으로 추대된 수녀 카브리니의 삶 그린 전기영화’

2024-03-1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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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카브리니’(Cabrini) ★★★★(5개 만점)

▶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병원·학교ㆍ고아원 등 설립하며 강철 같은 의지ㆍ믿음으로 극복
▶보는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켜

‘성인으로 추대된 수녀 카브리니의 삶 그린 전기영화’

병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수녀 카브리니는 처참한 처지에 사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19세기 말 뉴욕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빈민촌에 파견돼 온갖 장애를 물리치고 학교와 병원과 고아원을 설립한 이탈리아 수녀 프란체스카 카브리니에 관한 무게 있는 훌륭한 전기영화다. 카브리니는 후에 세계 도처에 가난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과 학교와 고아원을 설립한 사람으로 1946년 사후 29년 만에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여자로구나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실팍한 드라마로 꾸밈없고 극적 균형이 고른 옛날 영화 스타일을 갖춘 작품인데 보는 사람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강렬한 힘을 지녔다.

이 영화의 이런 강렬한 인상은 가녀린 몸을 지니고 병약한 처지에도 강철 같은 의지와 믿음으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한 카브리니 역의 크리스티나 델라나의 힘찬 연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절제된 연기로 영화를 짊어 지다시피하고 있는데 그의 고행이 마치 예수의 그 것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카브리니는 처음에 교황 레오 13세(이탈리아의 베테란 배우 지안칼로 지아니니)에게 자신을 선교사로 중국에 파견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교황은 카브리니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으로 보낸다. 카브리니가 동료 수녀 5명과 함께 맨해탄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밀집지역인 화이브 포인츠에 도착한 것이 1889년. 무지하고 가난하고 비참한 환경 하에서 사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뉴욕 시민들의 편견과 차별을 받으며 빈곤과 기아와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폐병을 앓으며 의사로부터 앞으로 3년 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고도 슬럼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카브리니는 작은 체구에 단단한 의지를 지닌 사람으로 영화는 카브리니를 통해 희망을 위해 자기를 돌보지 않고 돌진하는 인간 정신을 찬양하고 있다.

카브리니는 뉴욕의 대주교 코리간(데이빗 모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나 권위주의와 남성위주에 물든 코리간으로부터 괄시를 받는다. 카브리니는 뉴욕 시장 굴드(존 리트가우)도 찾아가 도움을 청하나 역시 천대를 받는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카브리니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카브리니의 동료로 등장하는 것이 슬럼에 사는 창녀 비토리아(막달라 마리아를 연상케 한다)와 신부 모렐리와 의사 머피 그리고 고아 소년 파올로 및 갱 두목 엔조. 여기저기로부터 도움을 거절당한 카브리니는 뉴욕 타임즈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기자 캘로웨이(제레미 밥)를 대동하고 슬럼에 와 하수구에서 사는 아이들을 비롯해 참담한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것이 기사화 하면서 굴드시장은 마지못해 카브리니를 도와준다.

145분의상영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영화로 다소 반복되고 멜로드라마 기운은 있으나 튼튼하게 엮어진 작품이다. 조연 진들의 연기도 좋고 세트와 촬영도 훌륭하다.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 감독.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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