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발의 해’ 2024년인가

2024-02-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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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쏴댔다. 북한이 이번에는 서해 평안남도 남포항 인근 해상으로 최소 두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서해상으로 쏜 지 사흘 만에, 올해 들어선 벌써 네 번째 순항미사일 도발이다.

‘한반도에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군사적 위험이 존재한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워싱턴 발로 전해진 경고다.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미국의 글로벌 억지력 상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한의 고강도 도발가능성을 경고한 지 이틀도 못돼 이번에는 상원군사위원회 인도태평양 사령관 인준 청문회에서 또 다시 대 북한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쏘고 또 쏴댄다. 미사일 광란극이라도 벌이고 있다고 할까. 북한은 지난해에만 60여기의 발사체를 쐈고 올해 들어서도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어뢰,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등을 잇달아 발사했다. 거기에다가 김정은은 막말에, 폭언을 쏟아내더니 대한민국을 아예 주적으로 천명하고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을러댔다.

이와 함께 연초부터 불거진 것이 한반도 위기론이다.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과 시그프리드 해커가 ‘38노스’지 기고를 통해 현 한반도 상황을 6.25 직전과 비교하면서 ‘김정은은 전쟁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 전쟁 위기론은 확대 재생산됐다.

과연 전쟁은 날 것인가. 안 난다고 100% 장담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나친 호들갑은 금물이다. 이 같은 반응도 적지 않다. 거의 연일 북한 문제 관련 전문가 기고를 싣고 있는 미국의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기사 흐름이 바로 그렇다.

‘북한이 자랑하는 핵무기는 허세용에, 압력용에, 혹은 방어용에만 유용할 뿐 잘못 공격용으로 사용하다가는 김정은 체제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지적과 함께 오히려 과잉대응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북한이 특히 호전적인 태도를 보일 때는 대체로 심각한 내부문제에 봉착했을 때임을 역사는 알려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경제 문제와 민심동요, 후계자 문제 등 골치 아픈 국내 문제 호도책으로 미사일도발에, 언어폭탄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이 잡지는 분석했다.

2023-24년은 북한이 체제 내 문제로 외부도발을 한 해들, 그러니까 1.21사태와 푸에블로 호 납치사건으로 얼룩진 1968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있었던 1976년, 북한 당국자의 ‘서울 불바다’협박, 뒤이은 클린턴 대통령의 영변 핵시설 폭격시도, 그리고 결국 김일성 사망으로 이어진 1994년과 오버랩 된다는 거다.

‘북한은 말 그대로 주체사상에 충실한 독립 주권국가인가. 그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가신(vassal), 혹은 위성국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진영 대 ‘악의 쿼드’, 혹은 ‘폭정체제의 축’의 대결구도로 굳어진 현 국제정세와 관련해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챙이 한 말이다.


이 말의 함의는 다름이 아니다. 평양 발 군사적 도발. 특히 고강도 도발에,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정은의 작품일 가능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가령 시진핑과 푸틴이 우크라이나, 북아프리카, 중동에 이어 동아시아에서 전선을 열어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때 북한은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주체적(?)으로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해만 되면 북한의 도발은 예년에 비해 네 배에 이른 것으로 포린 어페어스지는 밝히고 있다. 올해의 경우 김정은은 더 많은 도발을 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잘하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도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거기에다가 올해는 한국 총선이 열리는 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은 도발에, 도발을 거듭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지적대로 핵전쟁을 불사하는 고강도 도발은 당장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으로 천안함사태 같은 제한전쟁에, 저강도 도발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예견되는 것은 외무성, 총참모부 정찰총국, 북한 군 각 군단 산하 부대의 끊임없는 대남 교란작전과 함께 SNS 여론조작, 심리전, 간첩 침투, 그리고 지하당 조직 등 공작이란 것이 국내 전문가의 지적이다.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잇달아 벌어진 괴이한 해프닝이다.

이재명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당최고위원회에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란 발언과 함께 평화의 안전핀을 뽑아서는 안 된다며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돌렸다.

그리고 며칠 후 같은 국회에서 윤미향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해법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섬뜩한 말이 들려왔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이다. 통일 전쟁으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평화가 만들어진다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들개 떼들이 포획물을 발견했다. 더 많은 무리가 필요하다. 규성(叫聲)을 질러대는 거다. 이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한편인 개딸들과 주사파들을 모아들이기 위해 ‘우리 북한의 선대들, 김일성과 김정일’을 소리 높여 소환한 거다. 그리고 평양을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심 표명과 도움을 요청하는 그런….

4.10 총선까지 이제 60여일이다. 도대체 어떤 도발이, 또 해괴한 공작이 벌어질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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