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결국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씨와 함께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 신현성 공동창업자의 가족관계와 향후 재판 결과에도 관심을 쏠리고 있다.

■ ‘몸통 의혹’ 신씨는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 초기 중앙그룹 회장과 인연 주목
■ 권도형과 만남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회사 설립, 테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 향후 검찰 수사는 한국검찰, 신씨 거래조작 혐의 폭락책임 등 법리다툼 치열 예상

■설립 배경
신현성씨의 조부는 유신정권 실세로 1960~70년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을 거쳐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던 고 신직수씨다. 신현성씨는 신직수씨의 3남인 고 신황균 광륜상사 회장의 장남으로, 신직수씨의 장녀 신연균씨와 결혼한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이 신현성씨의 고모부다.

1985년 11월12일 서울에서 태어나 9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온 신씨는 2004년 버지니아주 과학특성화 고교인 토머스 제퍼슨 과학기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펜실베니아대(유펜) 와튼스쿨 경영학부를 마쳤다. 2010년 한국으로 건너와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 몬스터(티몬)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만해도 화려한 가족배경에 미국 명문대 출신 20대 청년 사업가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티몬의 매각과 재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티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다.

신현성씨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스탠포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권도형씨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해 불록체인 업계에 발을 들이면서다.

신현성씨는 이듬해 블록체인 기반 결제회사인 차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테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5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면서 테라폼랩스 창업에 관여한 신현성씨의 연루 여부도 초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차이코퍼레이션 측은 입장문을 내고 “신 대표가 2020년부터 차이코퍼레이션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테라 지분을 모두 양도했고, 파트너십을 종결했다”고 밝혔으나 신씨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테라와 루나 코인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실현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테라폼랩스가 처음부터 폰지사기를 통해 거액을 편취하려 했다는 의혹이 높아졌다.

■검찰 수사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신현성씨에게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거래 조작 등을 통해 4,62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신씨가 차이페이 결제 서비스를 허위 홍보해 1,4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가족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신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해 피해자들의 원성을 샀다.

또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은 당초 신씨 사건의 심리를 맡았던 주심 판사가 과거 중앙일보 기자 시절 신씨의 성공담을 인터뷰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해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론에 밀려 서울남부지법은 신씨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형사합의13부에서 14부로 변경했다.

신씨가 창업한 차이코퍼레이션은 중앙일보와도 관계가 깊다. 차이코퍼레이션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중앙그룹 계열사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그룹 계열사로 홍석현 회장의 차남인 홍정인씨가 대표로 있는 메가박스는 2021년 차이코파레이션과 ‘차이페이’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차이페이 자체가 사기였다고 본다. 검찰은 이를 수사하며 메가박스 임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신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겼으며, 같은 해 10월 첫 공판이 열렸다.

신씨에 대한 1차 공판에서는 루나코인의 증권성, 사업의 실현가능성, 폭락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 3가지 쟁점을 두고 뜨거운 법리 다툼이 벌어졌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