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실성 없는 재외선거, 투표만이 바꿀 수 있다

2024-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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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한국 국회의원 총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마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주권자를 포함한 미국 내 한국 국적자가 3월 말에 진행될 이번 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월10일까지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쳐야 한다.

재외선거 등록 기간이 시작된 게 지난해 11월12일이니 이미 2개월이 지났지만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 잠재 유권자들의 등록률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약 1,700명, 그리고 영구 명부에 등재돼있는 유권자 2,100여 명까지 합치면 현재 3,900명 정도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남가주부터 네바다와 애리조나, 뉴멕시코까지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 내 추정 유권자수는 17만 명 이상이어서 등록률이 2.2% 정도에 머물러있다는 계산이다.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무 낮은 수준임이 분명하다.


이는 재외투표 참여의 어려움이 너무 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많은 한인사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은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가능해졌지만, 투표 자체는 여전히 재외공관 등에 설치된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LA나 오렌지카운티가 아닌 원거리 지역에서는 투표를 위해 장시간 운전해야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것이 문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원거리 투표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지도 오래다. 보안 문제상 인터넷 투표 도입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처럼 우편투표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한국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재외선거법 개정안 논의들이 있어왔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에는 정파에 따라 이해타산이 서로 다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외국민들의 투표율이 너무 낮아 표의 힘이 약하기 때문인 점도 크다.

따라서 우선 최대한 많은 재외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률부터 높이고,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투표율을 무시못할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재외국민 표’의 힘을 기르는 것만이 재외 선거제도를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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