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선영의 머니토크 무비토크

2024-01-11 (목) 문선영 재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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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킬링 뎀 소프틀리

▶ 원래 살인 청부업은 부드럽게, 그게 정부의 역할

어수선해 보이는 보스턴 도시의 뒷골목. 완벽해 보이지 않는 어설픈 도둑들이 개인 도박장을
털고자 작당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배경은 2008년, 서프라임 모기지로 미 전역이 불황의 늪에 빠져
대공황이라는 단어가 연일 뉴스에 오르 내리고, 개인 생계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가 내일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이었죠. 서민들은 신음하고 도둑들은 극성이고,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일삼는 때 입니다.
2012년에 제작된 영화 <킬링 뎀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 )는 호주출신 앤드류 도미닉 감독이
브래드 피트(Brad Pitt), 리쳐드 젠킨스(Richard Jenkins), 레이 리타(Ray Litta)와 함께 만든 미국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우울한 풍자극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맞은 재키라는 인물은 살인 청부업자로
본인에게 일을 맡긴 사람이 또 다른 살인 청부업자를 동시에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살인
청부 업자 먼저 해결합니다. 결국 고용인에게 찾아가 자신의 몫과 다른 살인 청부 업자의 몫을 모두
다 챙겨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재키. 이 처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약은 무의미하고,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 남아서 자기 몫을 챙기는 자가 승자 라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중간 곳곳에 2008년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 연설을 보여 줍니다. 미국 경제가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낙관론적 거짓말 앞에서 국가를 믿고 다시
재건을 꿈꾸는 것 자체를 이 영화는 은유적 제목으로 비판합니다. 사실은 이 자본주의가 정치를
살인청부업으로 고용한 것은 아닌지, 그걸 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 시키는 것 자체가
죽는 지도 모르게 고요히 죽어가는 국민들 (killing them softly)을 묘사하는 건 아니냐고 재키를 통해
따져 묻습니다. 따라서 재키는 국가도 정부도 기업도, 이 망할 놈의 경제도 그 어떤 것도 믿지
않겠다는 마음의 대변입니다. 오히려 내 살 길은 내가 알아서 궁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대사가 오히려 더욱 낙관적으로 보이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모두 빈민으로
전락한 마당에도 여전히 꿈팔이에 전념하는 정치인들에게 일갈을 퍼붓습니다.
좀도둑과 살인 청부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액션 보다 대사가 더 많습니다. 마치 그동안의
불만을 다 토로해 내는 것처럼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똘똘한 재키는 아메리칸 드림
따위에는 코웃음을 칠 필요 조차 없다, 우리의 미래도 우리의 은퇴도 우리의 복지도 결국은 나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마치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충고 하지요. 그리고 이런 재키의
넘쳐나는 말재주와 재치있는 대사는 대 연기파 배우 리쳐드 젠킨스(Richard Jenkins)의 묵직한
연기와 레이 리타(Ray Litta)의 의리 있는 양아치 연기로 뒷받침 되고 완성됩니다.
영화의 오프닝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민생을 서서히 부드럽게 죽이듯, 잭키 역시 살인을 하는
동안 부드럽게, 여기에 감독 앤드류 도미닉은 음악까지 깔아놓습니다. 암살 장면을 이렇게 무드

있게 로맨틱하게 연출함으로써 그 잔인성은 반대로 강해지고, 그 폭력앞에 반항 할 수 없도록
무기력 하게 무너지도록 만들기도 하는 거죠.
광폭한 횡포를 일삼는 경제와 그의 시녀 노릇을 하는 정치, 그리고 국가를 여전히 믿고 의지하는 곧
(은유적으로 )살해 당하게 될 사람들의 틈 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겠다는 개인의 현실을
풍자한 영화 <킬링 뎀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번 주말 머니토크 시네마토크에서는 (킬링 뎀 소프틀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문선영 재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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