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서희의 시사살롱

2024-01-02 (화) 이서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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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중국경제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유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부터 벗어났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10월에 터진 중동발 전쟁 소식은 세계 경제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자 부족 등은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었다
현재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좀처럼 경제 성장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잡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예상밖의 선전을 하고 있는 미국은 물가상승은 둔화하고 실업률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고강도 방역 정책을 폐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후유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올해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인데, 중국은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면 이는 국가 경기 둔화, 또는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한동안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거물이 된 중국의 경제는 최근 몇 년째 계속해서 경기 둔화 양상을 보여왔다. 올해도 중국 경제는 정체 국면이 이어졌다. 최근의 중국 경제 관련 지표는 중국 경제 위기론의 근거가 되고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돼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빚 부담은 커진 탓이다. 기업 채용이 위축되니 높아진 실업률에 청년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중국정부는 나라 안팎의 위기설에 대해 “근거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소비위축과 부동산발 위기가 국가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내년초에 중국의 본격적인 시련이 닥칠 것이란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은 연말•연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경제 위기설’ 유포 단속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 안정과 부양을 위해 안밖으로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 수십년간 가파른 성장을 해 온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일까?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성장 시기가 끝나갈 때 나타나는 과도한 경쟁에 대한 피로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성장률 하락 속도가 다소 빠른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의 고성장 추세가 점차 하향되고 있는 상황의 우려는 단지 중국 경제의 위기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확산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중국 성장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미국에 이어 글로벌 2위 경제대국의 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서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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