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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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시인의 한 문장의 생각

2024-01-02 (화) 김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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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해야 되면 하는 거야. 우린”

배우 송중기가 노게런티로 출연했다고 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한다.
느와르, 액션, 스릴러 장르로 김창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송중기, 홍사빈, 김형서 등의 깊이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옥이 된다는 주제하에 연출된 영화 ‘화란’의 줄거리는 희망도 미래도 없는 동네. 이곳에서 태어나 다른 곳은 가본 적 없는 18살 소년 연규(홍사빈)가 반복되는 새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돈을 모아 엄마와 같이 네덜란드(화란)로 떠나는 것을 유일한 희망으로 꿈꾸며 시작된다.
한편 연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조직의 중간 보스가 된 치건(송중기). 일찌감치 세상은 지옥이란 걸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동생 하얀(김형서)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된 연규. 합의금이 절실한 연규에게 치건이 도움을 주고 이를 계기로 연규는 치건의 조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무섭고 서툴지만 친형 같은 치건을 따르며 조금씩 적응해 가는 연규. 치건의 신뢰를 받으며,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치건을 닮아가며 더욱 독해지는 연규가 불안하게 보여진다.
치건 혹은 연규가 꿈꾸는 것은 같은 꿈일까? 또 그들은 그 꿈에 가닿을 수 있을까?
제목 ‘화란’은 네덜란드를 뜻하는 한자어이지만 재앙과 난리를 뜻하는 한자어이기도 하며, 영어 제목은 Hopeless로 '희망이 없다'라는 뜻이다.

이제 2024년을 맞는다. 이민자로써 ‘희망’은 그 어느 누구보다 진하게 와닿는 화두이자 목표이자 소망이다.
2024년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로 육십갑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을 나타낸다고 한다.
아마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각의 소원을 빌고 또 목표를 잡을 것이다. 근래 너무도 어렵고 힘든 경제 상황과 불안한 정세들로 더욱이 이러한 계획이나 목표가 더욱 마음을 보채고 마음을 어지럽힐 수도 있다.
영화 속 인물이 던지는 말 한마디.
“그냥 해야 되면 하는 거야. 우린”
이 말을 너무 어둡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언어로 해석한다면 어떨까?
굳이 많은 생각하지말고 깊이 고민도 접어두고 소원하는 목표를 향해 과감하게 움직이고 결단하는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영어제목이 ‘Hopeless’, 희망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그러기에 희망을 찾을 수도 있고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필자는 익숙해진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잊어버린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여 자꾸 새로워지거나 자꾸 처음을 생각하려고 애쓴다. 그럼으로 내가 품었던 희망이나 꿈 위로 먼지가 쌓이지 않고 촛점이 흐려지지 않고 떄떄로 선명하게 그 깃발을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다시 우린 한 해를 무던히 걷고 뛰어서 우리가 각각 소망하는 결과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H 매거진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독자 분들 모두, 2024년에는 때때로 새로워지는 날들을 깊이 품고 사시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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