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혜원변호사의 H 법정스토리

2024-01-02 (화) 신혜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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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가 터졌네

이제 새해가 밝았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복’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 금전적 행운도 그 중에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김 씨 부부 사례입니다. 김씨 아줌마는 평생 한 직장을 다니며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아이들 키우고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일 한 경력은 길지만, 그 많은 세월, 월급으로 받은 돈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늘 아무 감정없이 기계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의 반복이지만, 아줌마가 유일하게 직장에서 기다리는 날이 있으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개인당 5불씩 걷어 그룹으로 로또 티켓을 사는 날입니다. 여지껏 늘 ‘꽝’이었지만, 그래도 로또를 사는 날 만큼은 단 돈 5불에 기분이 들뜨곤 합니다.
그 날도 여지없이 5시 종 치자 아줌마 1차로 나서 퇴근길 운전대 잡고 계속 하품을 하는데, 갑자기 직장 동료이자 오랜 친구, 박씨 아줌마 전화가 들어옵니다. 박씨 아줌마, ‘자기야, 자기야’ 숨 넘어갈 듯 아줌마를 불러댑니다. 아줌마 놀라서, ‘왜 그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박씨 아줌마, ‘터졌어, 터졌어, 대~~~박, 이제 고생 끝, 해방이야.’ 그제서야, 아줌마, 어렴풋이 로또 잭팟이 터졌구나, 실감나지 않는 감이 왔습니다.
네, 결국, 김씨 아줌마한테 돌아가는 지분만 130만 달러, 로또 잭팟이 터졌답니다. 자, 로또 당첨이 확인되고, 이에 대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아줌마 머리 속이 마냥 기쁘고 편안한 것이 아니라, 뭔가 막 뒤엉켜 혼선이 빚어지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이혼을 매일 밥 먹듯 생각하며 꾸역꾸역 살아왔던 지난 날들이 눈앞에 스쳐갑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소파 바로 앞에 양말 벗어 던져 놓고, 탁자위엔 라면 먹은 냄비, 뚜껑 열린 김치 그릇,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 보며 끄억끄억 혼자 좋다고 웃고 있는 남편. 아줌마, 갑자기 임신 입덧 하듯 속이 울렁거립니다.
다음날, 아줌마는 Lottery Commission 사무실을 찾아가 로또 당첨금 지급은 아줌마 이름으로만, 모든 우편물이나 돈은 친정 집 주소로 보내 달라고 서류를 기입하고 옵니다. 자, 그러고 그 길로, 아줌마 이혼 변호사 찾아가 바로 이혼 신청 들어갑니다. 이혼소송 내내 아줌마는 로또 당첨에 대한 얘기를 누구에게도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고, 요 부분이 쏘~옥 빠진 채 이혼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혼이 끝나고 남남이 된 어느 날, 김씨 아저씨 집으로 김씨 아줌마 우편물이 하나 옵니다. 아저씨, 아무 생각없이, 편지 봉투를 뜯어보니, Lottery Commission 사무실에서 온 아줌마 로또 당첨금 지불에 대한 안내문이었습니다. 자, 이번엔 김씨 아저씨, 입고 있던 잠옷 바지 차림으로 변호사에게 뛰어갑니다.
큰 싸움 없이 쉽게 끝났던 김 씨 부부 이혼 소송, 이혼 판결에서 아줌마가 탄 로또 당첨금이 누락된 재산이라며, 아저씨 다시 재판 신청을 합니다. 드디어, 재판 날, 판사님은 가장 무표정한 얼굴로, 아줌마가 당첨된 로또를 사기위해 사용했던 ‘5불’은 결혼 기간 중에 발생한 수입, 혹은 저축이 그 출처이므로 ‘그 5불’은 부부 공동재산이고, 부부 공동재산으로 산 로또가 당첨되었으니, 로또 당첨금 또한 부부 공동 재산이라 판결합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원래 부부 공동 재산은 부부 간에 반반 나눠 가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김씨네 경우 아줌마가 로또 당첨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공개하지 않았고, 치밀한 계획하에 재산을 은닉, 빼돌렸으므로, ‘괘씸죄’가 적용되어, 로또 당첨금 반도 아닌 전액을 김씨 아저씨에게 주라는 판결을 내리십니다.
위 김씨네 사례는 가정법에서 유명한 실제 판례를 필자가 허구(Fiction)화 한 것입니다. 2024년 새해,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또, 받으시는 모든 복, 감사히, 소중히 ‘오래도록’ 지키시기 바랍니다.

신혜원변호사 hwshin@haewonshinlaw.com

<신혜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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