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정과 사랑으로”… ‘일당백’K-문화 전도사들 있다

2024-01-02 (화)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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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D 상대적으로 적은 한인인구에도 한국문화 융성 “이유있네”

“열정과 사랑으로”… ‘일당백’K-문화 전도사들 있다


메릴랜드에는 한인 인구 규모에 비해 전통문화부터 K-팝까지 다채로운 한국문화를 익히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는 한국문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랑으로 계승과 보급에 힘쓰며 지역사회에 우리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빛내려고 애쓰며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전도사들 덕분이다. 재외동포청의 ‘2023 재외동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메릴랜드에는 5만6,772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6만2,383명으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LA의 1/10에도 못 미치고 시카고(34만7,900명)와 뉴욕(30만4,459명)에 비해서도 턱 없이 적은 한인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이지만 전통문화단체나 서예가, 한글 교육자, 무용가, 예술가 등 많은 숨은 한국문화 전도사들이 한국문화 전수를 위해 수십 년 동안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 한인인구 9만4,275명인 이웃 버지니아보다도 더 활발하다. 이들 덕분에 메릴랜드에서는 70~80대 1세대 어른부터 어린 2~3세대 차세대들까지 한국무용, 전통악기, 풍물, 서예, 동양화, 한글 등을 손쉽게 배우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애도 고취시키고 있다. 이들 모두가 문화외교에 앞장서며 공공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것.



고전무용·풍물·한글서예에서 K-팝 댄스까지
메릴랜드서는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어

한국문화예술원·풍물패 한판·이희경무용단·원픽
권명원·김미실·박로사 등 K-문화 전파 숨은 공로자들

청소년 국악팀 징검다리와 주상희 무용단을 주축으로 하는 메릴랜드한국문화예술원(단장 주상희)은 지역사회의 각종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징검다리는 차세대의 전통문화 전수 및 교육에 주력하며 정체성 확립 및 민족 자존감 고양에 힘쓰고 있다. 2014년 발족 된 주상희 무용단은 1세대에서 1.5세대에 이르는 단원들이 주류사회 및 각종 다민족 문화행사에 참여,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있다. 또 2001년 6월 창단된 이희경 무용단은 초·중·고교생으로 구성된 차세대 단원들이 수년간의 연습을 통해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추고 부채춤, 칼춤, 화관무 등 화려한 전통무용 공연으로 펼치고 있다.

20여년째 전통무용을 배워 공연을 펼치고 있는 주상희 무용단의 김영자 씨는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우리 춤을 배우고 전파할 수 있는 것은 무용단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문화를 타인종에게 전파한다는 자부심으로 모든 무대에서 최선의 공연을 선보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8세에 시작해 10년째 난타를 배우고 있는 김준우 군(리저보아 고교)은 “한국문화 난타를 통해 정체성과 뿌리, 어른들에 대한 예의, 후배를 대하는 마음을 깨달았다”며 “또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과 인내심, 팀워크 등을 배우고 음악 작곡에 대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난타에 대한 진심을 표했다.

지난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풍물패 한판(회장 크리스틴 이)은 전문 국악인이 없는 아마추어 단체지만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문화단체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사물놀이와 판굿 등 다양한 우리 가락과 악기연주 강습을 무료로 개최하고, 각종 행사에서 풍물공연을 펼치며 한국전통문화 계승과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또 12발 상모 놀이, 버나 놀이를 비롯 태평소 및 취타 악기 연주 및 사자춤 등의 기능을 보유한 유일한 단체이기도 하다.

LA에서부터 30여 년째 풍물을 강습하고 있는 한판의 정용석 강사는 “미국에 오면서 한국서 배운 풍물의 전통 가락과 리듬 속에 담긴 공동체성을 적어도 1,000명 이상에게 전수하리라 다짐했었다”며 “무엇보다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은 2세대들의 모습에 감동돼 수십 년간 쉬지 않고 달려오게 됐다”고 교육에 대한 애착을 밝혔다.


올드 엘리콧시티의 메인스트릿에 위치한 인사동 화랑을 24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미실 대표는 매년 주류사회 인사들을 초청해 무료 민화 강습을 하고, 공립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민간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또 골목 외교의 일환으로 인사동 화랑 앞 발코니에 창경궁 전경과 방탄소년단(BTS)가 새겨진 큰 사진을 걸어놓은 K-포토존을 꾸며 한국을 홍보하고 있다.

김미실 대표는 “인사동 화랑은 미국 속 작은 한국 사랑방이라 할 수 있다”며 “한류열풍으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타민족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뿌듯하며 행복하고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글서예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국에서 붓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서예가 묵제 권명원 씨도 있다. 30여 년간 한글서예와 함께 하며 작품 전시회 및 대형 붓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권명원 서예가는 한글전도사라 불린다.

권명원 서예가는 “가장 한국적이고 자랑스러운 우리 대표문화인 ‘한글’ 서예가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직접 외국인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면 그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로사 미주한인재단 워싱턴 회장과 미셀 이 전 볼티모어-창원시 자매도시위원장은 볼티모어 및 워싱턴에서 아시아 문화를 알리는 축제인 아시아 노스 페스티벌, 메릴랜드최대 한인축제인 코리안 페스티벌, 하워드카운티의 AAPI 축제 등에서 사물놀이부터 난타, 전통무용, 태권도, 한복패션쇼 등 한국문화와 한식을 널리 알리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박로사 회장은 코리안페스티벌 행사장에 우리 문화 장승을 소개하기 위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손수 제작하기도 하고, 부녀자들이 즐기던 민속놀이인 길쌈놀이 등 전통놀이와 한류를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며 한국의 문화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인 차세대와 더불어 타인종과 함께 구성된 K팝 커버 댄스팀 원픽(1Pick)은 K팝 등 K-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원픽의 리더 레이첼 이는 “한국의 K팝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것만이 아니고 전세계인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라며 “K팝과 더불어 K-패션, K-드라마, K-푸드 등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볼 때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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