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베이커리 미국서 ‘빵’ 터졌다

2024-01-02 (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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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입맛 사로잡은 한국 빵집

▶ 200개 매장 목표 파리바게뜨…최근 100개 매장 뚜레쥬르 이어 브리즈·오브래드 등도 승승장구

K-베이커리 미국서 ‘빵’ 터졌다



“안 달고 맛있다.”
케이크의 맛을 평가하는 최고의 찬사다. 스윗츠(sweets)라고 불리는 미국의 디저트는 말 그대로 단맛이 나는 것들을 총칭한다. 그러나 한인들의 입맛에는 너무 달다. 그래서 진짜 맛있는 디저트는 안 달고 맛있어야 하는데 이를 영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열풍이 K-푸드로 이어지면서 코리안 BBQ, 한국 치킨을 찾는 사람들도 이제 더 이상 한인들만이 아니다. 한식당마다 타인종 고객들로 가득한 가운데 한국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한국 빵집들에서도 이러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K-베이커리에서 제공하는 최신 메뉴는 오히려 한인 올드 타이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문화다. 그간 미국에서 보지 못했던 예쁘게 장식된 부드러운 한국 케이크는 이미 미국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제 그들도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So Delicious, Not too sweet.”(안 달고 맛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미 요식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K-베이커리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Nation’s Restaurant News)는 한국 베이커리 체인점 ‘파리바게뜨’(Paris Baguette)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지난 2년간(2021~2022년) 24개 매장이 추가됐으며 매출도 36% 늘어나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체인점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파리바게뜨는 미 전역에 200개 매장을 목표로 이미 150개를 넘어섰으며 이는 2년만에 두 배로 성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는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다른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베이커리-카페 경쟁사들이 대부분 샌드위치, 런치 메뉴 등으로 옮겨간 반면 파리바게뜨는 전적으로 제빵, 음료에 집중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대런 팁턴(Darren Tipton) 파리바게뜨 CEO도 “우리는 지난 3년간 전체 브랜드를 재설정했다”며 “팬데믹을 겪으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게 됐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다른 메뉴로 확장해나가는 대신 엄격한 베이커리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2022년 파리바게뜨 연매출은 36% 증가한 2억5,72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 탑 500’ 순위에서 전년대비 22계단 상승한 159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아닌 한국 빵집이라니…

세련된 매장 분위기, 갓구운 빵과 향긋한 커피는 브런치를 즐기는 젊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버지니아 센터빌, 타이슨스, 페어팩스, 메릴랜드 락빌 등 워싱턴 지역에서 6개 매장을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최근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뚜레쥬르’(TOUS les JOURS)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 애난데일, 게인스빌, 샌틸리, 스털링, 메릴랜드 저먼타운, 앨리컷시티 등 6개 매장을 운영하며 파리바게트와 경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파리바게뜨 매장(3,898개)이 뚜레주르(1,686개)보다 2배 이상 많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경쟁사들이 빠지고 한국 업체들끼리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현지 언론이 ‘프렌치-아시안 베이커리 카페’라고 소개한 뚜레쥬르는 그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K-베이커리에 대해 잘 모르는 현지인들은 프랑스어로 된 빵집 이름을 보고 유럽 브랜드라고 생각하다가 한국 빵집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고 했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최근 100번째 매장을 오픈했으며 2025년 조지아에 현지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베이커리 시장을 주도하는 K-베이커리의 위상을 확인하며 어느 날 갑자기 BTS가 그래미를 수상하게 된 것처럼 K-베이커리도 그렇게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K-컬처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K-베이커리의 진출도 빨라지게 됐고,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상품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 알려진 브랜드 파워가 진입 장벽을 한층 낮추었다는 평가다. K-팝, K-드라마, K-뷰티, K-바베큐 등 최근 ‘K’만 붙으면 모든지 성공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이제 미국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K-드림’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로컬 K-베이커리, 원조의 저력

한국 프랜차이즈의 진출에 앞서 이미 워싱턴에서 성장한 원조 K-베이커리들도 한국 빵맛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애난데일 반 지하에서 시작해 로컬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신라제과’는 원조의 저력을 보여주며 단골 고객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태리 원두(illy)를 사용하는 커피맛은 다른 커피 전문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고기 집 옆 한국빵집’의 공식을 대표하는 애난데일 ‘브리즈’도 K-베이커리 열풍에 앞서 시장을 주도했던 1세대 한국빵집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인 2세가 창업한 ‘샤토 디 샌틸리’는 본격적인 K-베이커리 열풍의 시작을 알린 2세대 한국빵집으로 평가받는다.

건강한 빵을 강조하는 센터빌의 ‘오브래드’도 남다른 전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애난데일 ‘나폴레옹 제과’, 엘리컷시티 롯데플라자 앞에 위치한 ‘라블랑제리’ 등은 K-베이커리 열풍과 상관없이 전통의 맛을 강조하며 원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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