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소영박사의 강철멘탈클래스

2023-12-22 (금) 성소영 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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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연시, 나만 외로운가?

10월의 마지막 날, 할로인데이가 지나고 나면 갑자기 세상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차가운 날씨로 싸늘한 겨울의 시작이 체온으로 느껴지는 것 외에도 가는 곳마다 들리는크리스마스 캐롤 음악 소리, 그리고 계피향과 섞인 크리스마스 트리 냄새등 우는 연말 연시의술렁이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각종 모임과 파티 분위기로 기분 좋은바쁨을 느끼며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왠지 모를 마음의 불안함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느끼기도하고, 지루한 감정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본인에게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아닐까 라고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의외로 많은분들이 연말 연시에 기분이 업되기 보다는 오히려 다운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연말 연시가 즐겁지 않은 분들의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첫번째 유형으로는 죄책감을 쉽게 느끼시는 분들의 경우입니다. 연말 연시가 되면 각종 광고, 방송 드라마, 영화와 음악 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에게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메세지는 연말 연시는 신나고 흥겹고 행복한 계절이라는 메세지입니다. ‘꼭 그래야만 정상’인 것 같은 메세지라 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누가 나에게 ‘당신은 꼭 즐거워야 합니다’ 라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왠지 즐겁지 않은 느낌을 느끼게 되면 일단은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라는 자책과 함께 수치심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시간, 이 계절이 별로 흥겹다고 느끼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본인을 책망하지 말고 본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놔 두시기 바랍니다. ‘꼭 즐거워야 한다! 꼭 남들처럼 나도 행복해 보여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옥죄이지 마시고, 그냥 슬픈대로.. 그냥 불안한 대로 놔 두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셔야만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술이나 약물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연말 연시가 즐겁지 않은 분들의 두번째 유형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애통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의 경우입니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계절에, 슬픈 자신의 상황과 타인들의 행복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연스런 사회적 비교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할 뿐입니다.


또한 그사람과 함께 한 즐거웠던 시간들이 기억나면서 자신의 현재를 과거의 시간과 비교하며 더욱 심한 애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몇년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제 자신에게 리마인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절한 목소리로 지금은 이렇게 아프고 슬픈 시간을 지나가야하는 시기라고 자신에게 말해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지만 이러한 시간은 서서히 흐려지게 될꺼라고 자신을 위로해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하던 연말 연시의 전통을 새로운 전통으로 바꿔가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말 연시가 즐겁지 않은 분들의 세번째 유형으로는 이 계절을 축하하는 여러가지 행사를 준비하다가 생기는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입니다. ‘연말 연시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만들어야만 한다’ 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게 되면, 자신의 기대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상실감은 자신을 매우 고통스럽고 슬프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다 함께 모이는 시간이야. 그러니까 우리 아들딸들과 며느리, 사위들 모두가 다 우리 집에 오겠지. 잔치 준비를 해야겠네!’ 라며 분주하게 가족 모임 준비를 하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가 이번 크리스마스는 남편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딸과 심한 말다툼을 하고는 마음이 상한 분의 경우에는 이번 시즌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따라서 연말 연시 계획을 세울때는 반드시 현실적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행사에 두는 의미를 너무 크지 않게 심리적으로 준비를 해 놓는 것이 이 연말 연시를 행복하고 만족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연말 연시 시즌이 즐겁지 않은 분들의 네번째 유형으로는 선물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감을 갖는 경우입니다. 인간의 심리가 약한 것을 악용한 기업적인 상술로 인해 연말 연시에는 꼭 좋은 선물을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생겨 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선물은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뇌이면서 자신이 큰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따뜻한 말과 고마움을 전달하는 손편지와 같은 훌륭한 선물을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연말 연시 시즌이 즐겁지 않은 분들의 마지막 유형으로는 평소에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의 경우입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갖고 계신 경우에는 타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기억하실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민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규칙적으로 전화나 화상 통화하는 스케쥴을 정해 함께 얘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친한 친구 또는 가족 한명과 본인에게 맞는 조용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연말 연시 남들과 똑같은 업된 감정으로 남들과 똑같은 행사에 참석해야만 정상이라는 생각보다는 나를 잘 관리해 주는 나만의 행사는 무엇일지 연구하고 그 전통을 해마다 이어가 보는 것도 강철 맨탈 케어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소영 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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