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 김정은 정권은 대외적 압력 통해서 끝내야”

2023-12-20 (수)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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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리정호 씨, 워싱턴 강연

▶ “밑으로부터의 변화는 불가능 북미 평화협정은 北의 꼼수” 미주통일연대 워싱턴서 초청

“북 김정은 정권은 대외적 압력 통해서 끝내야”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가 19일 열린 미주통일연대 통일강연회에서 강연 후 질문을 받고 있다.

“북한은 거대한 수용소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에 의존하기보다는 바깥에서 변화를 주는 것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바꿔야 합니다.”

2014년 한국을 거쳐 2016년 미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버지니아 맥클린 거주)는 19일 낮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미주통일연대워싱턴(회장 김유숙) 주최로 열린 통일강연회에서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라는 거대한 수용소에 수감돼 있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밖에 있는 우리들이 김정은 정권이 끝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씨는 북한의 대표적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을 지냈으며 중국, 러시아, 일본 기업들과 연계해 광물, 원유, 수산물 등을 거래했고, 홍콩 자본을 끌어들여 북한 서해에서 석유 탐사를 시도했다. 또 중국 대련 주재 대흥총회 지사장도 역임해 북한의 경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리 씨는 “소련이 1991년 붕괴된 이후 북한에서 불고 있는 장마당이 북한 사회주의에 자본주의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지만 북한에서 제일 큰 무역회사 사장을 7년 역임해 북한경제를 손바닥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미주 한인동포사회가 국제사회에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김정은 정권을 바꾸는 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김정은을 만나기 전 백악관 관계자들이 연락을 해 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려줬다”고 소개했다.

리 씨는 “북한의 핵은 북한 정권유지 뿐만 아니라 조국통일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남한은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은 핵 개발에 GDP의 50% 이상을 투자하고 있고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은 드론에 핵을 탑재해 남한을 공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미국은 중국에게 “만약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대만을 지원한다고 하면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씨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리 씨는 “장성택은 개혁적인 인물로 북한의 개방을 많이 이끈 인물인데 김정은은 장성택을 고사기관포로 쏘고 화염방사기로 죽였다”면서 “김정은 정권의 살인마적인 행위를 보면서 북한에 대한 나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고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고 탈북 동기를 털어놓았다.

리 씨는 남북의 통일에 대한 개념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야기하는 것은 무력통일로 남한에서 이야기하는 평화통일과 구별된다”고 말했다.
북미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 씨는 “북미 평화협정은 북한의 꼼수로 북한의 권모술수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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