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혼을 울리는 색면 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

2023-12-19 (화) 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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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k Rothko: Paintings on Paper -내셔널 갤러리, 워싱턴 DC-

▶ ●도정숙의 문화살롱

영혼을 울리는 색면 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
기쁨, 절망, 비극 이것들은 마크 로스코(1903-1970)가 그의 예술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 중 일부다. 그는 캔버스에 우뚝 솟은 추상화가로 유명하지만 그가 경력을 쌓는 동안 종이에 1,0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이것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기 위한 예비 연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그림으로 여겼다. 이 놀라운 작품들은 그 자신과 그의 경력에 ​​대한 대중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에 도전한다. 1968년 건강이 악화 된 후 그는 커다란 캔버스 대신 종이에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판넬이나 직물 위에 설치되어 틀이 없는 캔버스처럼 보여지는 작품이다. 이번 기획전은 그의 종이 그림 100점 이상을 한자리에 모았으며 많은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그것들은 초기 초현실주의 작품에서부터 그가 잘 알려진 기념비적 규모로 실현되는 직사각형 필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로스코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는 예일대를 중퇴하고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들어가서 미술 공부를 했다. 스승이었던 막스 웨버의 ‘예술은 정서적, 종교적 표현의 도구’라는 가르침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뉴욕에서 활동하며 1935년 추상표현주의 작가 집단인 Ten을 창설했다. 그는 초기 작업에 풍경화와 초상화 등 구상 회화를 그렸다. 현대 사회의 문제였던 소통의 단절과 무관심, 외로움이 소재였다.


1938년 미국 시민권을 받고 마크 로스코로 개명하고 그의 작품은 크게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당시 후안 미로와 막스 에른스트 등의 영향으로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렸는데 미국 추상주의를 대표하는 클리포드 스틸과 교류하면서 로스코의 색면회화가 크게 발전한다. 1940년대 말부터 형태를 배제하기 시작하며 1950년대에는 뉴욕 예술계의 주류에 속하게 되면서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며 명성을 얻게 된다.

그는 생전에 “내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작품은 사람의 감정을 색감으로 시각화한 느낌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고 심리적으로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floating rectangle’ 즉 떠다니는 사각형이라 비유한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붓질이 일렁이는 것 같고 마치 물 먹은 한지 위에 먹이 번진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미술계에서 멀티폼 양식이라고 부르는 그의 작업양식은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화되고 깊어진다. 초반에 유동적인 색감의 배치가 시간이 갈수록 단순화 되었다. 단순화라는 표현에는 더욱 심오한 감정의 세계가 들어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볼 때 벽에 걸린 캔버스로부터 약 45cm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하라고 권했다. 그의 색면추상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색감의 중심으로 갈수록 더욱 깊어져서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다.

추상표현주의라는 사조로 설명되지만 로스코 스스로는 추상주의자이기를 거부했다. 그는 영원을 향한 인간의 본성을 일생동안 자신의 그림을 통해 절제된 색과 구도로 풀어냈을 뿐이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도정숙/서양화가 (게이더스버그, MD)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매거진 CLASSICAL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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