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움’이 주변 이롭게 하는 ‘쓰임’ 된다

2023-12-14 (목)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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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정신문화연 노영찬 교수 강연

▶ 새해부터 셋째 토요일, GMU 머튼홀로 장소 고정

‘비움’이 주변 이롭게 하는 ‘쓰임’ 된다

지난 9일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 월례강좌에서 40여명의 회원들이 노영찬 교수의 도덕경 11장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가득 채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불교의 공(空) 사상이나 기독교의 가르침도 ‘비움’이다. 예수는 끝까지 ‘비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비움’의 역설이 있다. 자신을 비울 때 깊은 지혜가 찾아든다. ”

지난 9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는 ‘없음(無)의 쓸모(用)’ 주제의 도덕경 11장 강독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가지려 하고, 더 채우려고 욕심을 낸다. 그러나 가득 채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나’를 비울 때 비로소 ‘나’의 쓰임새가 나타나며, ‘비움’은 주변을 이롭게 하는 충만한 ‘쓰임’이 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상식적으로는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덕경은 이러한 고정 관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로는 상식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넘어서서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문화나 사상에서는 ‘있음’ 즉 ‘존재(being)’ 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나 동양사상 특히 힌두교, 불교, 도교의 전통은 ‘없다’ 즉 무(無), 공(空), 허(虛)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의 철학자 폴 틸리히, 중세신학과 연결해서도 해석했다.
노 교수는 “도덕경 11장은 ‘없음’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수레바퀴 30개의 살이 다 중심으로 모이지만 그 중심이 비어 있어야 수레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릇을 만들 때도 찰흙을 빚어 그 가운데가 비어 있도록 해야 쓸모가 있는 것처럼 ‘있음(有)’이 아니라 ‘없음(無)’이 우리에게 쓸모 있는 유익함을 준다”고 강조했다.

4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이날, 강좌 시작에 앞서 김면기 박사는 “올 한 해도 매달 연구회에서의 공부를 통해 깊은 통찰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밝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연구회 월례강좌는 내년 1월부터 1년간 매월 셋째 토요일 10시-12시 조지 메이슨대학내 머튼 홀로 장소가 고정된다”고 발표했다.

강좌 후 회원들은 캠퍼스내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 송년 오찬을 나누며 저물어가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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