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자승 전 총무원장 “함께 못해 죄송” 유서 남기고 입적

2023-12-07 (목) 정태수 기자
크게 작게
자승 전 총무원장 “함께 못해 죄송” 유서 남기고 입적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실세로 통해온 자승 스님(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제 33대 및 34대 총무원장 연임)이 지난 11월30일 밤(한국시간) ‘갑작스럽게, 충격적으로’ 입적했다. 법랍 51년, 세수 69세.

조계종 총무원 발표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이날 경기도 안성에 있는 유서깊은 사찰 칠장사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로 신라 선덕여왕 5년, 63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의 요사채(스님들의 주거공간)에 있다 초저녁에 발생한 화재로 유명을 달리 했다.

현장 CCTV에는 당일 저녁에 그가 의문의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칠장사로 들어간 뒤 요사채에서 불이 난 것으로 돼 있다. 또 그의 승용차 등 여러 곳에서 자필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여럿 발견됐다. 이런저런 근거로 총무원은 다음날 “자승 스님 스스로 소신공양(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종단이 발표한 자승스님의 메모유서와 10장 분량의 유언장에는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과 현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고 당부하는 글도 들어있다.


영결식(5일 종단장)은 3일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종정 성파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조계종 주요 인사와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정계 인사,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타 종교 지도자, 불교 신자 등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는 앞서 2일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다비식(사진)은 재적본사인 경기도 화성 용주사에서 열렸다.

◇자승스님(해봉당 자승 대종사, 전 조계종 총무원장∙봉은사 회주): 조계종단 내 대표적인 사판(행정을 전문으로 하는 승려)으로 꼽혀왔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살 때인 1972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1974년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거친 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에 임명돼 종단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 의원으로 선출된 뒤 중앙종회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09년 9월 55살 때 역대 최다 득표로 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이후 34대까지 8년 동안 총무원장직을 수행했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임기를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처음이다. 스님은 퇴임 후에도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으며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의 막후 실세로 불려왔다. 자승스님에게는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정태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