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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냉기 녹이는 뜨거운 안거정진 돌입

2023-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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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냉기 녹이는 뜨거운 안거정진 돌입
뜨거운 정진의 계절이 시작됐다. 석달간의 2023/2024 겨울안거다. 음력 10월 보름인 11월27일 시작돼 새해 정월 보름인 2월24일 끝나는 이번 안거에는 2,000여명의 스님들이 참가해 전국 100여 선원에서 정진(자료사진)하게 된다고 불교신문 등은 내다봤다. 예년과 비슷한 규모다.


북가주의 경우 새크라멘토 영화사 주지 동진 스님이 지난 주말 신도들과 함께 김장담그기 등 월동준비를 끝내고 27일 동안거 정진에 들어갔고 지난 6,7년 가까이 해제철에는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에서 임시주지 소임을 맡고 매년 두차례 안거철에는 한국으로 가 선방에서 두문불출 정진을 했던 금산승원 스님은 올해초부터 여래사의 상주 주지를 맡게 됨에 따라 이번 안거정진을 여래사에서 하게 됐다.

이밖에 카멜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은 2011년 삼보사 주지로 취임한 이후 세번째 천일결사중이다. 또 산호세 정원사 주지 지연 스님은 2002년 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시작한 만일결사를 20년 넘도록 계속하고 있다. 길로이 대승사 주지 설두 스님도 따로 안거정진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기도정진을 해오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안거에 맞춰 108배나 참선/독경/사경/온라임 공부/신행모임 등 각자의 형편에 맞는 정진프로그램을 실천하는 불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거(安居)는 여름 3개월과 겨울 3개월간 스님 등 출가수행자들이 선원 등 부처님 도량에 모여 외출을 삼간 채 집중 정진하는 수행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 이전 브라만교에서 행해지던 관행을 받아들여 정착된 이 제도는 본래 여름 우기 석달간 수행자들이 탁발 등을 위해 수행처를 벗어나 돌아다니다 폭풍우나 야생짐승에 희생되는 것과 곤충이나 벌레를 밟아 본의 아니게 살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도량밖 외출을 금지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부처님의 대자비심이 깃든 제도인 셈이다. 겨울안거는 훗날 북방불교권에서 한겨울 석달 추위를 피해 선방에서 수행하도록 하면서 추가됐다. 여름안거는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겨울안거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이듬해 1월 보름까지 행해진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성파 대종사는 이번 겨울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에게 죽을 각오로 용맹정진할 것을 주문하는 결제법어를 발표했다.

성파 대종사는 “한 물건 언제나 신령스럽네!”라는 제목의 법어에서 “결제와 해제가 있는 미지근한 공부로는 살아서는 시주의 은혜를 저버리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결제했다는 견해를 가지지 말고 목숨을 걸고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종정예하는 이와함께 “올 삼동결제에는 모두가 목숨을 걸고 정진해야 하리니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공부해야 하리라. 이렇게 공부해야 오래지 않아 이루리니 이렇게 공부하는데 무슨 부처와 중생을 논하겠는가?”라고 설파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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