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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청소년 15~20%‘우울증’… 전문가 도움 받아야”

2023-11-06 (월)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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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자녀가 위험하다 - 예방과 대책 전문가 인터뷰

▶ ‘질풍노도’10대 청소년 변화 극심 시기, 가족들 관심·격려·전문가 상담치료 중요

“한인 청소년 15~20%‘우울증’… 전문가 도움 받아야”

정신과 전문의 조만철 박사가‘위기의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예방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입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한인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기는 하루하루 변화가 극심한 시기다. 입시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주로 자신의 학업 능력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뜩이나 15~20%의 학생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데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심화된다. 특히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을 경우, 주의력이 산만한 학생들 사이에서 더 심각하다.

적지 않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운동선수나 예술가로 키우기 원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선 최상위 1%를 제외한 99%의 학생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부모의 고집으로 자녀를 인생의 실패자로 만들 이유가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마약중독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체성 확립이 잘 돼 있고 자신감이 충만한 학생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성취에 큰 쾌감을 느낀다. 이는 건강한 즐거움이다. 반면 일부 청소년들이 마약중독 혹은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은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들어 많은 주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서 응급실로 실려가는 청소년들이 두 배로 급증했다는 통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마리화나를 ‘입문초’라고 부른다. 마리화나 자체의 해악도 있지만 마리화나 흡연 이후 점점 더 강도가 쎈 마약에 손을 대기 때문이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를 복용하면 환청과 환상 증상과 함께 피해망상이 생긴다.

경찰에 체포된 마약 중독자들은 일단 응급실을 거쳐 마약치료센터에 입원시킬 것이냐 교도소로 보내질 것이냐가 결정된다. 문제는 미국의 마약치료센터는 대부분 중증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어서 경증 중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안된다.

중증 마약중독자인 남자 친구의 권유로 마약에 빠진 한 한인 여대생은 경찰에 의해 체포돼 재판으로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부모가 딸을 한국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여학생은 한국에서 6개월간 치료받고 상태가 매우 호전됐다. 남자 친구와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한인 청소년들의 자살 충동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사춘기에 겪는 우울증과 폭력성은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면 자칫 자살과 같은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도 병원에 가면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도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치료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

자녀가 다니는 모든 학교에는 학생들을 상담하는 카운슬러가 있다. 카운슬러는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후속 조치를 알려 준다. 만약 자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와 학생이 함께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가족 상담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 학생들이 상담받기를 원치 않으면 우선 부모들이 상담을 통해 1차적인 해결책을 찾아 봐야 한다.

자살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소셜워커나 경찰이 개입해 응급실을 거쳐 정신병동에 3~4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게 한다. 의사의 소견에 따라 입원 기간이 15일 더 연장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충동에 왜 경찰까지 개입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 때문에 그나마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치료과정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세금보고를 하려면 CPA를 찾아가고, 평상시 건강관리를 위해 내과의사를 찾아간다. 마찬가지로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인 청소년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또 전문가의 지속적인 치료와 함께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상담 문의 (323)733-1111


■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증후와 예방책 ■

미국 자살예방협회는 ▲자신을 학대하거나 죽고 싶다는 말을 할 경우 ▲수면장애, 낙심, 집중력 저하, 심한 감정기복, 과민반응, 피로감, 뚜렷한 체중 증감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오랜 우울 증세 후 갑자기 행복하거나 즐거운 태도를 보일 경우 ▲좋아하는 물건들을 갖다 버리는 등 무언가를 정돈할 경우를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증후로 간주하고 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선 ▲자녀가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 “너희들 나이에 뭐가 걱정이냐”는 식의 무시하는 말투는 삼가하며 ▲가족 이외 친구나 선배 중에서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을 골라 친분 관계를 형성하도록 배려하고 ▲우울증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게 할 것 등을 조언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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