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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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43억원대 투자사기 한인 시민권자 구속

2023-11-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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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사칭 “투자하면 자녀 어학연수에 영주권” 현혹

▶ 전문직·사업가 “나도 속았다” 제보 이어져

한국에서 의사 등을 사칭해 수십억원대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40대 한인 여성 시민권자가 붙잡혔다.

5알 한국 경찰에 따르면 5년 전 광주시를 상대로 가짜 투자유치 촌극을 주도한 제니퍼 정(49)씨가 또 다시 전문직들을 상대로 43억원 규모의 사기 범행을 저질러 구속됐다.
그는 "회사에 투자만 해도 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고 교환학생을 가기도 쉽다"며 의사 등 전문직 피해자들의 투자를 유도한 혐의다.

미국 시민권자로 확인된 정씨가 이처럼 의43억원 상당의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씨를 7년여 전인 2016년께 처음 만났다는 사업가 A씨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자신을 미국 의사이자, 광주의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재미동포라고 소개했다고 A씨는 전했다.


병원장과 사제 간이라며 친분을 내세웠고, 병원 안에서 만날 때면 지나는 인턴·레지던트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진짜 의사처럼 보였다.

자녀의 발달장애(자폐) 치료로 고생하던 A씨는 정씨에게 의지했다. 그렇게 6년을 알고 지낸 정씨가 올해 7~8월 A씨에게 "자폐 치료법이 미국 유명 교수를 통해 개발됐고, 해당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험 참여를 위해 보증금이 3,900만원 필요하다는 말에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보냈고 다른 자녀의 미국 어학연수도 1,000여만원을 주고 부탁했다.

미국으로 갈 시기만 기다리던 A씨는 문득 정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제야 정씨에 대해 살펴봤고 정씨의 지난 7년여간 언행 대부분이 '그럴듯한 거짓'이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의사 등 전문직 4명을 속여 43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자신을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소개하며,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접근했고 미국 투자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위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정씨가 2018년 광주시에 수천억 원 규모의 허위 투자 제안을 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의료용품회사가 3,000여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당시 광주시는 투자 유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허위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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