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가자의 비극

2023-10-1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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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주말 하마스 세력이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면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명분은 이스라엘이 이미 비인간적인 봉쇄 정책을 더욱더 참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여놓아 생존권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것이다

사태 발생지는 팔레스타인이라고도 알려진 가자지구로, 하마스(Hamas)라는 이슬람 민족주의 단체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이 기습폭격에 이스라엘이 가만히 있겠는가.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수많은 죄 없는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집계 결과 피해자는 아동과 청소년, 여성 포함 양측의 피해자가 수천여 명이라는 것이다.

이 기습공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극비리에 준비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대체 이 가자라는 곳은 어떤 역사를 지닌 곳이길래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가자지구(Gaza Strip)는 지중해 연안인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접해있는 팔레스타인 통치 지역이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사실상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되어 있는 섬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땅덩어리는 좁지만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하고 있다. 아마 지구상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인데, 이 봉쇄된 360㎢ 면적에 230만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현실은 극도의 빈곤으로, 중동판 북한의 상황이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경쟁 정파를 몰아내고 이른바 독재정권을 수립했다. 이런 극단주의 정파가 득세한 모습을 목도한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의 봉쇄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고초를 겪는 팔레스타인에 동정표를 주는 이슬람 나라들이 많이 생겼고, 하마스는 반이스라엘 저항세력의 상징처럼 부각됐다. 그래서 툭하면 가자지구에는 유혈사태가 벌어지곤 했다.

이렇게 오랜 증오의 역사가 이어지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면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번갈아 지배하게 되었다. 지금은 하마스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무력을 갖춘 힘 있는 집안이나 다름없다. 그런 미운 집안에다 이번에 폭격을 가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와의 대리전이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값 폭등, 이번 하마스 사태로 말 그대로 드디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린 격이 되었다.

가뜩이나 인플레가 잡히지도 않고 있고 석유가격도 계속 오르는 중에 이 사태로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먹고 살아야 되는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에 대한 최악의 봉쇄와 함께 네탄야후 정권의 보복선언이 나올 경우, 가자지구는 아마 북한과 같은 수준의 지구상 최악의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난민이 12만30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실업, 저임금에 시달리는 가자지구의 수많은 청년들은 이제 더 나은 삶을 찾아 배를 타고 유럽으로 떠날 것이다. 이미 셀 수 없는 수가 불법월경을 시도하다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은 아마 지구를 돌고 돌아 다시 텍사스 국경을 넘는 행렬에 가담하게 되지 않을까.

지미 카터 대통령시절 고물가 고실업에 전세계가 신음하고 나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해 새로운 미국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또 다른 슈퍼히어로 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역사는 돌고 도는 반복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게 되리라 믿고 싶다. 1970년대 중동전쟁으로 오일 쇼크가 일어났던 세계적인 경제상황과 놀랍도록 비슷한 지금,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 일 생기기 딱 좋은 때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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