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 즈음해
▶ 진월 스님 /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10월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달을 “문화의 달”로 기립니다. 엊그제는 우리 겨레의 어버이 단군할아버님께서 나라를 열고 세우신 개천절(10.3)이었고, 나흘 뒤로 세종임금께서 백성을 위해 글을 만들고 베푸신 한글날(10.9)을 맞습니다. 인간의 특징이 문화에 있고, 요즈음 한국문화의 물결 즉 “한류”가 지구촌에 펼쳐지고 있는데, 그 밑바탕 얼과 그 뜻을 들어내어 나투는 도구와 연장으로서의 말과 글, 특히 그 쓰고 전해 남기는 글자로서의 ‘한글’은 인류사에 돋보이는 바,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이 한글날을 즈음하여, 한글을 더 배우고 잘 쓰며, 아끼고 사랑하여 잘 펼쳐나가기를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나흘전 지난 일요일에는 사우스베이 밀피타스 시립도서관 강당에서 한국어교육재단 주최로 “580돌 한글창제 기념식 및 추석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타인종들과 함께 하는 한글 창제 축하 행사로서, 올해로 11년째의 기념 행사였습니다. “케이팝 댄스” 공연을 비롯한 한국 문화 공연과 궁중한복쇼 및 훈민정음 인쇄지에 한글 붓글씨 쓰기, 남녀 한복 체험 등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부스가 마련되었으며, 올해는 추석과 일정이 맞물려서 우리 고유의 명절특식인 송편을 만들어 보는 기회도 제공하여 좋은 인상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행사를 주관해온 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구은희 박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직지심체요절> (줄여서 “직지”로 알려짐) 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며 “<직지>홍보대사”로도 활약하고 있음도 표창할 바입니다. 그 책을 발간할 때 제작된 세계최고의 금속활자 (독일의 구텐베르크 성경활자 보다 200년 정도 앞섬)의 중요성도 새삼 되새겨집니다. 구박사님의 노고에 거듭 치하와 격려를 드리며, 많은 이들이 동참을 바라고 기대합니다.
나흘뒤 다음주 월요일에는 버클리대학 한국학연구소(Center for Korean Studies) 주최로, 그 대학에서의 한글교육 80년 유산과 진행 (Legacy and Progress: Celebrating 80 Years of the Korean Language Program at UC Berkeley)을 주제로, 한글날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세계적인 명문 버클리대학(세계공립대학랭킹제1위)에서 한글 수업을 80년전부터 시행해왔다는 사실이 대견스럽습니다. 아울러, 50년전부터 불교학 박사과정을 운영해 온 것을 포함해, 철학과 심리학, 언어와 문화 등, 이 대학의 광범위한 인문학적 업적의 수월성도 높이 평가됩니다. 한국의 <고려대장경> 인행본을 비롯하여, 산스크리트와 티벳어 대장경을 포함한 각종 불교자료 및 정보들을 갖추고, 지구적 다민족 불교 수행과 활동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이 대학이 자리잡은 버클리시는, 근래 이 지역 불자들이 "미국불교계의 수도(Capital of Buddhism in America)"라고 지칭할 만큼 그 위상과 역할이 큰 것도 주목됩니다.
지난달에는 이 지역 시조시인동호회인 “우리시조마당 K-poetry Sijo Madang”에서 시조집 <하눌타리> 제4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창립10주년과 창립회원이었던 고 송운 현원영박사 추모의 특집인데, 이제 한글날을 즈음하여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을 줄 압니다. 산승도 저 시조마당에 동참하고 있는데, 하눌타리에 실린 자작시 한 수를 올려, 우거 ‘고성아란야’의 소식을 전하는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고성] 아란야 살림”
산위에 판자 얽어 비바람 추위 막고 / 골짜기 샘물 마셔 목마름 달래어도 / 아란야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즐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