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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 급감 조계종 비상

2023-09-14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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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528명, 2022년 61명

출가자 급감 조계종 비상

출가장려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첫 페이지에 “천년 뒤에 올 눈밝은 사람과 대화하다”는 글이 눈길을 끈다. 출가에 관한 이모저모가 담긴 코너로 잡아끄는 문구다. 세련되고 여유있는 이 문구와 달리 조계종은 지금 걱정이 태산이다. 출가자수 급감 때문이다. 개인주의 과학만능풍조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세계 어느곳을 막론하고 종교인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더라도 조계종 소속 출가자 감소추세는 심각하다.

조계종에 보고된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년 사이에 출가자수는 10분의 1로 급감해 (2000년 528명에서 2022년 61명으로) 이대로 가면 한국내 사찰수보다 스님수가 적어질 것이라는 절망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불교인수는 대략 2분의 1로 (1500만명에서 700만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계종은 최근 출가장려위원회를 구성해 제1차 전체회의(사진)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핵심대책 중 하나는 종단 내에 출가장려를 전담하는 실무부서를 설치해 출가상담 제도안내 등 홍보강화, 행자등록 이후 관리시스템 개선, 기본 교육기관 및 전문 교육기관 교과목 정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출가자 감소 못지 않게 큰 마음을 먹고 출가한 불제자들이 다시 환속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과도한 운력, 체계적 교육시스템 부재 등 갖가지 원인들이 지적됐다고 불교신문은 보도했다.

종단 실정만 보면 대대적인 출가권유는 당연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한국소멸론까지 나도는 나라 사정을 감안하면 독신주의 출가권유를 소리높여 외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몇년 전 수행승은 현행대로 독신원칙을 고수하되 행정승에게는 혼인을 허용하자는 주장을 폈다가 빗발치는 비판론에 철회한 바 있듯이 종단의 독신주의 원칙이 쉽게 흔들릴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특단의 당근책 내지 대각성이 없이는 종단의 이번 출가장려 캠페인도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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