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종교인 칼럼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2023-09-07 (목)
크게 작게

▶ 연필

현대는 예전만큼 필기도구가 필요치 아니한 시대이다. 컴퓨터, 테블릿, 스마트 폰등이 필기도구들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필은 아직도 글 쓰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연필사용자들이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나도 간혹 연필로 글을 쓰곤 한다. 꼭 연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필기도구의 대세이던 예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해서이다. 보통 연필의 총 길이는 지우개를 포함해서 17.2cm이다. 연필 한 자루로 56 km의 줄을 그을 수 있고, 4만 5천 단어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는 4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약 176장 분량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연필은 차츰 잊혀져 가는 물체이지만 그럼에도 연필이 지닌 기능및 효능은 우리들의 생각이상이다. 연필 사용은 특히 기독자들에게 영적 교훈을 깨우쳐 준다. 기독자들은 어떤 면에서 연필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들은 연필처럼 기능과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때때로 우리들은 죄와 세상풍조, 시류에 빠져 불필요한 존재처럼 취급당하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우리들에겐 주님께서 주신 은사와 재능이 잠재되어 있다. 그 은사와 재능으로 섬겨야 할 대상과 이루어야 할 사명들도 있다.

연필이 제 기능과 역할을 잘 하려면 먼저 연필심을 덮고 있는 외피가 날카로운 칼이나 연필깍기 기계 안에 들어가 깎여져야 한다. 한 자루의 연필은 평균 17번 깍여진다 한다. 깎여져서 심이 드러나야 사용될 수 있다. 덜 깎이면 심이 무디고 너무 깎이면 심이 얋아 쉽게 부러진다. 연필은 알맞게 깎여야만 제 기능을 한다. 제 몸이 깎이는 것은 아픔이고 눈물이다. 기독자들도 쓰임받으려면 영적 정신적으로 잘 깎여야 한다. 자아와 육신에 속한 것이 깎이고 탐욕과 교만이 깍여야 한다. 심령 깊숙한 곳에서 자리고 있는 쓴 뿌리가 깎이고, 분노, 혈기, 시기, 자존심이 깎여야 한다. 온전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깎이고 기도중에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깎여야 한다. 깎여져야 할 것들이 깎여져야만 예수님 닮은 참 제자가 된다.

보통 연필 끝에는 조그만 지우개가 달려 있다. 이 지우개도 연필의 한 부분이다. 헌데 이것의 기능은 다르다. 지우개는 연필이 잘못 쓴 글씨나 보기 흉한 모양을 지워준다. 연필이 행한 모든 실수와 잘못을 없는 듯 지워주고 다시 쓸 기회를 부여해 준다. 연필은 자신이 실수를 범할 때마다 감추거나 은폐 조작하지 않고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지우개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실수이던 지우고 다시 새롭게 써 갈수 있다. 지우개는 연필이 아름답고 반듯한 글씨를 쓸수 있도록 잠잠히 연필의 실수를 덮어준다. 기독자들은 연필처럼 잠재력이 있는 동시에 또한 연필처럼 실수도 자주하곤 한다. 기독자들중에는 한순간이라도 기억하기 싫은 치욕스러운 인생 실수를 한 이들이 있다. 너무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어떤 실수와 영혼의 오점일지라도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자백하는 자에게 다시 새롭게 시작하여 새로운 삶의 역사를 쓸 수 있도록 용서라는 지우개로 그것들을 말끔히 지워주신다. 그것이 죄스러운 세상에서 우리들이 건재하고 있는 이유이다.

헌데 연필은 스스로 그 무엇도 할수 없다. 심을 잘 깎고 지우개의 질과 성능을 높여도 연필이 홀로 글을 쓰고 지우개가 홀로 그것을 지우진 못한다. 연필은 글쓰는 이의 손에 쥐어져야 한다. 그가 엄지와 중지 그리고 검지 사이에 연필을 쥐고 움직여야 한다. 그럴때 글씨가 나타나고 그것의 의미도 생겨난다. 연필이 훌륭한 작가의 손에 쥐어질 때 훌륭한 글도 생겨난다. 연필같은 우리들을 손에 쥐시고 글 쓰시는 작가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테레사 수녀는 우리를 ‘하나님의 손에 잡힌 몽당연필’이라고 말했다. 세상기준에 부족한듯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예수님의 손이 붙드시면 그는 그분의 선한 도구가 된다. 주님 손에 쥐어지면 몽당연필 같은 인생이 걸작 인생으로 쓰여진다. 언젠가 우리 인생의 연필심이 온전히 쓰임 받고 다 닳게 되는 순간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사랑의 손으로 우리를 당신의 품으로 옮겨 주신다. 우리들 모두, 예수님의 손에 쥐어진 연필이 되어 심이 닳을 때까지 아름답게 쓰임받는 연필이 되길 기원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