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도 ‘황혼이혼’ 급증… 독거노인 덩달아 늘어나

2023-08-23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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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이혼 3건 중 1건이 50대 이상 65세 이상 혼자 사는 사람 1,600만명 달해

미국도 ‘황혼이혼’ 급증… 독거노인 덩달아 늘어나
‘100세 시대’를 맞이했지만 반려자 없이 여생을 혼자 보내야 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1940년부터 매년 증가해왔으며 특히 1970~1980년 사이에 17.6%에서 22.7%로 늘어났다. CNN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 65세 이상 혼자 사는 사람은 1,600만 명으로 1960년대와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독거노인 증가의 주요 원인은 ‘황혼이혼’(gray divorce)이라고 분석했다.

▲ ‘황혼이혼’은 무엇인가
한 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혼한 사람들의 3분의 1 이상이 5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할리우드 연예인들에게나 해당됐던 노년의 이혼이 이제는 평범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에 결혼했던 사람들의 이혼이 최근 급증하게 되면서 어느덧 중년이 된 이들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고 부른다.

50세 이상의 이혼율은 1990~2010년 사이에 두 배가 늘었으며 2010년 이혼한 4건 가운데 1건은 50세 이상 그리고 2020년에는 3건 가운데 1건으로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율이 늘고 있지만 모든 연령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중장년층 이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혼자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 증가를 의미한다.


▲ 중장년 이상에서 이혼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황혼이혼’이라는 말 대신 ‘졸혼’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결혼생활에서 졸업한다는 뜻이다.
이혼의 이유는 물리적·정신적 학대, 불륜, 경제적 문제, 중독, 친밀감 부족 등 다양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때로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과 복지에 매우 해로울 수 있다”며 “부부가 만족스럽고 보람 있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때 개인의 건강과 장수가 보장되는 것이지 열악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평균적인 삶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이혼의 긍정적인 효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부부 상담 전문가는 “부부가 왜 처음에 서로 사랑하게 됐는지, 결혼하기 전 연애의 감정을 상기키면서 다른 누군가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되고 무엇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잊고 있던 욕망과 감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전문가는 “남녀 관계가 아닌 남편이나 아내 또는 부모라는 역할에 함몰돼 더 이상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도 없고 그저 필요에 의한 관계로 유지된다면 결혼생활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 인간으로서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과 욕망에 충실할 필요가 있고 중년 이후의 부부관계는 보다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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