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일원 최고 84마일 강풍 동반 LA 한인타운 아파트 지붕도 날아가
▶ 항공편 취소·지연***SFO등도 영향
허리케인 ‘힐러리’가 몰고온 거센 비바람이 남가주를 덮치면서 20일 LA 한인타운을 비롯한 곳곳에서 침수와 홍수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오후 한인타운 웨스턴과 멜로즈 교차로가 침수되면서 지나는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허리케인 ‘힐러리’가 20일 강한 비바람을 몰고 LA를 비롯한 남가주 일원을 강타하면서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리고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허리케인이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것은 84년 만에 처음으로, 멕시코를 휩쓸고 북상한 ‘힐러리’는 캘리포니아 상공에 도달하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지만 많은 비를 동반하면서 남가주 곳곳에서 침수와 홍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2인치 폭우
84년만에 발생한 열대성 폭풍 ‘힐러리’가 20일 새벽부터 남가주 지역을 강타해 21일에도 밤새 많은 비바람을 흩뿌렸다. LA시를 포함해 900만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LA와 벤추라 카운티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최대 1.5인치의 비가 쏟아졌고, 샌디에고 인근 산악지대에서는 시속 84마일의 강풍이 몰아쳤다.
LA시 소방국에 따르면 이로 인해 LA 일원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다. 크리스틴 크라울리 시 소방국장은 이날 LA 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의 지붕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일부 무너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9일 남가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폭풍과 폭우에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20일 캐런 배스 LA 시장도 “전례없는 기상 이변이 발생했다”며 “LA 주민들은 최대한 집에 머물며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애리조나주 당국은 미드 호수 국립공원 일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네바다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힐러리는 지난 18일 최고 풍속 시속 145마일에 달하는 4등급 ‘허리케인’으로 관측됐으나 20일들어 시속 70마일로 줄어들어 허리케인에서 ‘열대성 폭풍’으로 하향 조정됐다.
■홍수와 산사태 피해
남가주 지역에서는 20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곳곳에서 홍수 경보가 발령되고, 진흙 사태가 보고됐다. 국립기상대(NWS)는 남가주 대부분의 지역에 홍수 주의보를 내렸다.
샌디에고 사막지대에서 샌버나디노 카운티 산간 지역과 카탈리나 섬에 이르기까지 남가주 대부분의 지역들이 폭풍 힐러리의 영향권에 속해 엄청난 양의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오크 글렌과 포레스트 폴스, 유카이파 지역 주민들에게 19일 대피명령이 발동됐다. 카탈리나 섬 방문객과 일부 주민들은 폭풍이 오기 전 섬을 떠나라는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
실시간 항공편 출도착 사이트인 ‘플라잇어웨어’에 따르면 20일 하룻동안 미 전역에서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3,600편 이상이 지연됐다.
이같은 지연 취소사태는 베이지역 공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향을 받은 항공편들은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 팜스프링스, 라스 베가스를 오가는 항공편들이었다. 오클랜드 공항의 경우 20일 오후 6시 30분 현재 평소 항공편의 50%인 53편이 지연됐으며 산호세 공항의 경우 평소 항공편의 24%인 81편이 취소됐고 44편이 지연됐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경우 평소 항공편의 6%인 67편이 취소되고 180편이 지연됐다.
■잇단 행사 취소·휴교령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시 및 카운티 정부가 각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 대처에 나선 가운데,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LA 통합교육구(LAUSD)와 애나하임 교육구는 21일 모든 초중고 학교의 문을 닫았다.
■비상 생필품 동나기도
주말 동안 한인들을 비롯한 남가주 주민들은 폭풍전야 속 긴장되는 시간을 보냈다. 많은 주민들은 비상식량을 대거 마련하고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비상 생필품등이 동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풍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전자제품 충전, 차에 기름 채우기, 비상식량 준비, 손전등 및 양초 장만, 욕조에 물받아 두기, 취사에 필요한 가스 준비해 놓기 등을 권고했다.
한편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현상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도 이상기후가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 역시 더 심해진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여름 전례없는 산불과 폭염이 주 전역을 휩쓸었고, 올해 초에는 최악의 폭우가 캘리포니아를 덮쳤다. 남가주에 84년만에 첫 열대성 폭풍이 발생한 것도 기후변화와 수퍼 엘니뇨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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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