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우이 대재앙’실종 1,000명 우려...사망 55명으로 늘어…주민들 “지옥문 열린 듯, 경보 안 울려”

2023-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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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재난지역 선포…하와이 주지사 “복구에 수십억 달러”

‘마우이 대재앙’실종 1,000명 우려...사망 55명으로 늘어…주민들 “지옥문 열린 듯, 경보 안 울려”

잿더미로 변한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로이터=사진제공]

산불이 휩쓸어 쓴 대재앙이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11일 현재까지 55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조쉬 그린 하와이주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조대가 세 차례의 화재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던 섬의 일부에 도착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사망자 수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화재가 수십년 만에 본 것 중 가장 큰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전날 마우이 카운티 존 펠레티어 경찰국장은 실종자 수를 약 1,000명으로 추정하면서도 “솔직히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수가 그 정도라는 뜻은 아니다. 그 숫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피소 등에 있어 연락이 안되는 주민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건물이 불에 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질문에 마우이 카운티 시장 리처드 비센은 “확실히 말하겠는데, 아무것도 없다. 모두 불에 타버렸다”고 답했다.

하와이는 섬 전체에 걸쳐 약 400개의 사이렌을 배치해 다양한 자연재해 등에 대해 경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통합 야외 공공 안전 경고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날 산불이 났을 때에는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는 증거가 없다.

하와이 재난관리청 대변인 아담 와인트럽은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8일 마우이의 경보 사이렌이 발동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많은 생존자들은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경고를 받지 못했으며 근처에서 화염을 보거나 폭발음을 들은 후에 자신이 위험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국은 휴대폰,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국에 경고를 보냈지만 광범위한 정전 및 통신 두절로 인해 도달 범위가 제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브래드 벤츄라 마우이 소방국장은 화재가 수풀에서 인근 지역으로 너무 빠르게 이동해 경보를 담당하는 비상 관리 기관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우이섬에 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섬에 대한 지원 요청을 원활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지인들이 전한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세계적인 휴양섬 하와이의 마우이섬은 화마에 초토화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특히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라하이나는 한때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포경선 선원과 선교사 등에게 사랑받았던 곳이며 최고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라하이나는 국립 사적지로 등재돼 있으며, 이곳의 프런트 스트리트는 미국도시계획협회에서 '10대 거리'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현지 당국은 라하이나에서 270채가 넘는 건축물이 피해를 봤으며 그 중 상당수가 하와이의 명물 반얀트리(Banyantree) 근처에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1873년 인도에서 들여와 심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가 있어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지만 이번에 모두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1830년대 주택인 볼드윈 홈 박물관 등 역사적 가치가 큰 건물들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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