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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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공연을 보고

2023-08-07 (월) 강미자 서울대 성악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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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일 LA의 자랑 할리웃보울 야외음악당에서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실황을 보고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음악홀 전석을 꽉 채운 가운데 내노라 하는 피아니스트조차 엄두를 못내는 어렵고 난해한 이곡을 19세의 어린 피아니스트가 마치 신들린 듯 광기에 가까운 현란한 테크닉으로, 타고난 음악성으로, 하루 10시간이란 초인적인 노력의 결과로 모든 청중들의 가슴과 혼을 흔들어놓은 훌륭한 연주를 보여줬다고 생각이 든다.

라흐마니노프 자신 외엔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지독히 난해한 이 곡을 30년 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치 만이 연주할 수 있었다면 이 곡이 얼마나 난해한 곡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이곡을 나이 어린 한국인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1등을 했고 어제 이곳에서 그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가 있었다.


그가 한국인이라 더욱더 자랑스러웠다! 양쪽에 설치한 커다란 스크린에 비친 그의 얼굴의 땀방울! 특히 3악장 끝부분의 현란한 손놀림과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연주하는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함성을 지르며 끝없는 박수를 보낼 때 내 눈에도 감동의 눈물이 고였다! 야외 음악회 때 이런 흥분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처음 경험인 듯 했다.

덕분에 쇼팽의 ‘에튀드 10번’(성악곡으론 ‘이별의 노래’)을 앙코르 곡으로 들을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곡과 대비되는 극한 서정적인 곡으로 가슴을 적시고 돌아왔다.

이곳의 외로움과 고국에의 그리움을 선선한 날씨와 임윤찬의 연주로 조금은 풀게 됐음을 감사드린다.

<강미자 서울대 성악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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