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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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향연

2023-08-04 (금)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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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초순부터 한달 내내 밤하늘에 저녁 축제를 벌이는 반딧불의 향연은 여름의 혹서를 잊게 해주는 청량제이다.

1980년 미국 테네시주립대학에 유학 와서 반딧불을 보고 무척 놀라고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반딧불이 무척 신기하였다. 서울역 앞 대우빌딩 본사 영업부에서 일할 때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담배 피우는 직장상사들과 동료들 틈에서 심각한 공해를 겪은 바 있다.

점심시간 후 남산 쪽을 바라보면서 산책할 때 서울역 근처에서 매연이 심각하지만 그래도 담배 냄새보다도 낫다고 생각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한 것도 담배연기와 공해를 탈출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국에서 여름에 오는 손님이 있으면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 관광보다 반딧불에 더 관심을 갖곤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여름이 벌써 7월 하순이 다 되도록 밤하늘에 정원에 나가보면 반딧불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구글에 찾아보니 도시 전기불의 찬란한(?) 불빛 공해, 농약의 공해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극한의 무더위 공해로 반딧불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옛날 성현들이 과거시험 준비할 때 형설지공이라 하여 반딧불과 눈빛을 등잔불로 삼아 뜻을 이룬다는 낭만적인 고사도 있지 않은가?

작년 이맘때쯤 위스콘신에서 할아버지 집을 방문한 손주들과 밤에 정원에 나가 반딧불을 잡아 병에 넣고 뚜껑은 플라스틱으로 씌우고 숨 쉴 곳을 구멍내왔다. 방에 들어와 불 다 끄고 손주들과 반딧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손주들에게는 어릴적 즐거운 추억거리가 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 7월 워싱턴지역은 매일 95도가 넘는 뜨거운 날이 많았다. 미국 애리조나와 서부지역, 유럽 그리고 한국 등 물난리와 혹서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모두가 인류가 만든 재앙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공해 때문이라고 한다. 내년 여름에는 반딧불의 향연을 간절히 기대하면서 마지막 여름을 지내고자 한다.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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